틸러슨, 아베·기시다에 대북정책 재검토 방향 설명
미일공조 '공고'…"日, 한국 차기 정권서는 대북공조 후퇴 우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는 17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밝힌 새로운 대북 접근 방법을 전면적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우선 두 사람이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미일, 한미일 공조로 중국에 대해서도 대북 영향력 행사에 나서도록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역할론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다.
그가 "지금까지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한 만큼 가깝게는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물론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1시간 가량 면담하면서 대북정책 재검토 방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해 선택 가능한 옵션이 다양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선 상정할 수 있는 것이 군사적 대응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언론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체제 전복도 선택 가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선언할 경우, 북한의 발사대 등 관련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면 발사 전에 미사일 기지 등 거점을 파괴하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정은 체제 전복은 2003년 조지 부시 정권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 축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대응방안의 하나로 보인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나, 일본에서 사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이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다른 종류의 미사일 36기를 동시에 발사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사드의 방어력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아서 허먼 선임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요격에 실패하면 미군기지가 있는 도쿄나 오키나와가 괴멸할 만큼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도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에서 고도 1만6천m 상공에서 무인기로 요격(BPI, 상승단계 요격)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미일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북 압력 강화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받아들여진다.
미일, 한미일,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대북제재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외무·방위담당 각료(2+2) 회담을 조기 개최하기로 하는 등 미일공조는 공고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측은 오는 5월 출범하게 될 차기 한국 정권이 북한과의 대화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력 야권후보가 대북 대화 노선을 견지하는 만큼 미일과의 방위협력에도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은 유력 주자들 모두 2015년말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며 재협상을 거론하는 점도 한일, 한미일간 대북공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아베 총리 보좌관은 공화당 간부들과 잇따라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미일이 미사일 방어에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NHK가 전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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