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시켜 대자보 게시·헛소문 퍼트린 교수 파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제자 성추행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대학 당국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경찰과 동아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동아대 손모(33) 조교수는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손 교수는 같은해 3월 말 경주 야외 스케치 수업 이후 술자리에서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학내에 붙으며 성추행 의혹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외 스케치 이후 여학생을 성추행한 B 강사가 학교를 그만두고 성추행한 교수가 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손 교수는 술자리에 동석한 다른 교수가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써 혐의를 벗는 듯했다.
하지만 두달 뒤인 5월에 대자보가 붙고 성추행 교수로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는 것이 주변 전언이다.
손 교수의 유족은 경찰과 대학 측에 손 교수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요구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손 교수가 재직하는 학과의 학생 A 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D 교수가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허위 사실을 쓴 대자보로 인해 손 교수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A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이번 사건은 동아대의 자체 조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손 교수와 함께 야외 스케치 수업을 갔던 C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뒤 스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를 입막음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어 C 교수는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려고 손 교수가 성추행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다.
특히 C 교수는 고참 교수의 정년 퇴임으로 자리가 비는 정교수 자리에 손 조교수를 배제하고 자신의 후배를 앉히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동아대는 또 같은 과인 D 교수도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D 교수는 지난해 4월 한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총장 비서실에 접수되자 손 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내세워 관심을 돌리려고 A 씨에게 대자보를 붙이도록 종용한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교수가 돼 모교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던 실력 있는 젊은 교수는 동료가 퍼트린 거짓 성추행 소문에 절망감을 느껴 스스로 삶을 접어야 했다.
동아대는 지난달 졸업을 앞둔 A 씨를 퇴학 처분하고 이번 달 3일 C 교수는 파면한 상태다.
경찰은 동아대로부터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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