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이 중국의 군사위협에 맞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선까지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7일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펑스콴(馮世寬) 대만 국방부장은 전날 입법원 질의답변을 통해 "확실히 국방예산을 늘릴 여지가 있다. 내년 국방예산이 GDP 3% 비중에 이르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3천200억 대만달러(11조8천억원)로 GDP의 2.1% 비중에 불과하다.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으로는 대만의 국방예산은 1980년대만 해도 GDP 대비 비중이 5%에 달했으나 이후 계속 감소해왔다.
천중지(陳中吉)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예산의 GDP 비중이 2008년에 마지막으로 3%를 넘긴 적 있었다"며 "내년 국방예산 비중이 3% 선을 넘기기를 바라고 있지만, 전체 재정의 균형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이 같은 군비 증액 움직임은 양안관계 냉각으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미국으로부터 무기구매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 지출규모를 전년보다 7% 늘어난 1조444억 위안(175조원)으로 편성했다. GDP 대비 비중이 1.3% 수준에 불과하지만, 군비 총량으로는 대만의 14배에 이른다.
특히 중국은 대만을 겨냥해 해협 건너편에 1천200기의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군 현대화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국방 4개년 총검토'(QDR)라는 국방백서를 입법원에 제출하고 '다층적 억지' 전략에 따라 상대진지 방어, 해상 격퇴, 연안 파괴, 상륙 섬멸의 4가지 전술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만은 1천400㎞ 거리의 중국 동부전구(戰區) 기지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도입하는 한편 함정, 전투기, 드론 등 무기장비의 독자 개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만의 국방비 증액 움직임은 미국의 내밀한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6월 존 매케인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대만이 국방예산을 GDP의 3% 비중까지 늘리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대공 미사일, 잠수함 같은 무기장비로 대만의 전력이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린취안(林全) 행정원장은 "현재의 재정 상황으로는 국방예산을 3% 선까지 늘릴 방법이 없다"면서도 실질적인 국방 수요에 부합한다면 필요성 구매 항목으로 특별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동맹들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 및 안보분담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 논의도 급진전하고 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