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생성 메탄가스 추정"…공원 조성 차질 우려, 시민 불안감 확산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언제 꺼질까."
경북 포항시 남구 폐철도부지 공사장에서 분출한 가스에 붙은 불이 11일째 계속 타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가스가 땅속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강제로 끄지 못하고 저절로 꺼지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열흘이 지나도록 가스 성분이나 매장량 조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이곳은 포항시가 작년부터 효자역과 구 포항역 사이 폐철도 터 4.3km에 만드는 도시 숲 공원 구역이다.
그런데 지난 8일 공원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 200m까지 굴착 공사를 하다가 땅속에서 나온 가스에 불꽃이 옮겨붙어 땅 위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포항시와 소방당국은 곧 꺼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 열흘이 지나도록 계속 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불이 꺼지기만 기다리고 있고 그 뒤에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장기간 계속 타면 공원 조성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장은 주변을 안전구역으로 정해 일반인 출입을 막고 만일을 대비해 소방차를 24시간 배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가스 성분을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생성한 메탄가스로 추정하고 있다.
또 통상 천연가스는 땅속 1㎞ 이상 지점에 매장돼 있는 데 200m가량 얕은 지점에서 새어 나온 가스는 경제성이 낮고 매장량도 많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한다.
포항지질자원 실증연구센터 관계자는 "불이 꺼져야 시추공과 지하수 검사 등으로 정확한 가스 성분과 매장량 분석을 할 수 있어 지금은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포항 지역 지하층이 신생대 3기 층인 데다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해 있어 천연가스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포항에는 1975년 남구 상대동 주택가 땅속에서 1드럼(200ℓ) 분량의 석유가 발견됐고 1988년에도 북구 흥해읍 성곡리 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나와 한동안 취사용으로 쓰기도 했다.
포항이 다른 지역보다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는 사례다.
불이 꺼지지 않자 주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근에 사는 박우정(40) 씨는 "불이 너무 오래 타 혹시 크게 번지거나 폭발할까 두렵다"며 "날마다 현장을 지나는 데 언제 꺼지나 싶어 자꾸 쳐다보며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불이 꺼지지 않으면 설계변경도 검토해야 해 공사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며 "당장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h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