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극우 바람 막은 건 英·美와 다른 유럽대륙 제도 덕?

입력 2017-03-17 14:22  

네덜란드 극우 바람 막은 건 英·美와 다른 유럽대륙 제도 덕?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지난 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보수 자유민주당(VVD)이 극우 자유당(PVV)을 누르고 제1당이 되자 각국 언론은 곳곳에서 발호하는 극우·포퓰리즘 바람을 멈추게 했다며 환호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17일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매체들은 선거제도 덕으로 분석하며 극단주의를 약화하고 집권을 막는 데 유럽 대륙식 제도가 영국과 미국식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미국 대선의 경우 사실상 1대 1 대결에서 지지율이 절반만 넘으면 이기는 승자독식구조여서 유권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고 적과 동지로만 나뉘어 죽기살기로 싸우게 돼 도널드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도 당선될 수 있다고 보았다.

찬성과 반대 중의 하나를 택하는 방식인 국민투표 역시 늘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를 이런 사례의 하나로 들었다.

반면 다당제와 결선투표제, 연립정부 구성 등에 바탕, 영·미와 제도가 다른 유럽 대륙에선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집권이 쉽지 않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대표적 사례로 들고 프랑스, 독일 등의 제도를 소개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수십 개 정당이 총선에 참여하고 한 정당이 과반을 얻는 일은 없다. 이번에도 28개 정당이 총 150개 의석이 있는 총선에 참여했으며 6개 정당만 각각 10석 이상을 차지했다. 제1당인 자유민주당도 33석에 불과하고 극우 자유당은 20석, 3위인 기독민주당은 19석이다.

표가 여러 정당으로 갈려 극우정당이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별로 없고, 설령 1당이 되어도 주요 정당들이 자유당과 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 때문에 극우 집권이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중도우파 기민당과 중도좌파 사민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두 개의 기둥이지만 녹색당, 자민당 등과 함께 소연정이나 대연정을 구성한 일이 많다.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연방의회 진출권을 얻는 하한선인 5%를 넘는 지지율을 얻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주요 정당도 AfD를 연정 상대로 택하지는 않을 게 확실시된다.

프랑스의 경우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이지만 1차 투표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이 극우의 집권을 막고 있다.

여론조사 상으론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1차투표에서 1위나 2위를 하지만 결선에선 중도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전선은 2002년 대선에서도 1차투표를 통과했으나 결선에서 중도우파 후보 자크 시라크에게 참패했다.

극우 집권을 막으려는 사회당 지지자들이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며 거꾸로 중도우파 지지자들이 사회당 후보를 밀어주는 등의 '극단 배제 전략투표'는 각급 선거에서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유럽대륙식 제도만이 극단 포퓰리즘 집권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보수 자유민주당 등이 선전한 것은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로 극우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데다 자유민주당이 이민자 문제와 관련 아예 자유당의 구호와 정책을 일부 채택해 김을 뺀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이 집권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극우 포퓰리즘 지지세력이 집권할만큼 크지는 못하고 건강한 정치·시민의식이 우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유럽 대륙에서도 극우정당이 연정형태로나마 집권한 일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999년 총선에서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이 183석 가운데 52석을 차지해 제2당이 됐으며, 제1당인 중도우파 국민당이 중도좌파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하지 않고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은 바 있다. .

그 이후 하이더의 당수 퇴진과 사망 이후 자유당 지지율이 떨어졌으나 네오나치 등과는 거리를 두는 등 극우 색채를 약간 빼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올해 들어 20%대를 돌파하며 1위를 해 내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내각제와 다당제를 채택하는 동구권 EU 국가에서도 사실상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 집권하는 사례들이 있다.

국민투표도 영국과 네덜란드 모두 의회 과반이 찬성하거나 총리가 발의하면 되는 같은 제도를 갖고 있지만 브렉시트의 경우 집권 보수정당의 당수가 정략적 오판으로 국민투표를 밀어붙여 통과된 반면 네덜란드에선 의회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택해 압도적 표 차이로 EU 탈퇴를 부결시켰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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