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자은 남진 선착장 해상서…기관장은 구했으나 선장은 시신만 수습
(신안=연합뉴스) 박성우 기자 = 전남 신안 예인선 침몰 당시 기관사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인근 주민의 헌신적인 구조활동 덕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들은 기관사 구조에 이어 선장도 구하려고 온 바다를 뒤졌지만 안타깝게도 유실 위기의 시신만을 수습했다.
62t급 목포선적 예인선 S호가 침몰한 시간은 17일 오전 6시 25분께.
자은도 남진 선착장 앞 해상에 바지를 선착장에 고박하는 과정에서 강한 조류에 배가 기울면서 기관실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선장 이모(67)씨와 기관장 여모(55)씨 등 승선원 2명은 바로 물에 뛰어들었다. 그 순간 기관실에 물이 세차게 들어오면서 예인선은 '펑' 소리를 내면서 침몰했다.
새벽 운동을 나왔던 남진 마을 주민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곧바로 마을 주민들에게 선박 침몰 사실을 알렸고, 은혜호 등 마을 어선 8척이 구조에 나섰다.
은혜호는 수색 20여 분 만에 인근 어선에서 밧줄을 움켜쥐고 추위에 떨고 있던 여씨를 발견, 배에 태워 육지로 이송했다.
침몰 당시 여씨는 30m 거리 코앞 선착장을 향해 헤엄을 쳤으나 강한 조류를 이기지 못해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는 탈진해 어선 밧줄을 쥐고 구조 손길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선장 이씨도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말에 따라 다시 주변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좀체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데다 새벽 바다 수온이 너무 차 신속히 찾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직감했다. 특히 조류가 거세 이씨가 다른 곳으로 떠밀려갔을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사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바닷일을 하고 있을 주민들에게도 휴대전화로 비상을 걸었다.
이 마을 조성신(31)씨도 사고 현장으로부터 1㎞ 떨어진 곳에서 실뱀장어 바지에 타고 일을 하다 전화를 받았다.
곧바로 자신의 배에 옮겨 타고 홀로 주변 수색에 나섰다. 10여 분을 이리저리 달리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1.9㎞ 떨어진 해상에서 한 물체를 보고 접근했다.
실종된 선장 이씨였다. 이씨를 배에 끌어올려 가장 가까운 섬인 원도 해변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원도 주민들과 함께 이씨를 배에서 내려 해변으로 옮겼고 이씨는 곧바로 암태 보건소로 이송됐다.
하지만 이씨는 이미 숨진 것으로 판명됐다.
조씨는 "당시 조류가 거세 더 늦었더라도 이씨가 너무 멀리 떠내려가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씨가 숨져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경 경비정도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했지만 사고 현장까지 거리가 멀어 7시 1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이 도착했을 땐 주민들이 구조활동을 마친 상황이었다"며 "주민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3pedcr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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