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안정감' 文, 安·李 협공에 웃으며 대처하며 정책질의
安 "정치성 공격 가슴 아프다"…'대선前 사드반대' 지지층 의식
'공격수' 李…날카로운 공세로 선명성 차별화, 진보층 결집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17일 방송토론회에서는 주요 전선마다 주자들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각각 '통합리더십'과 '법인세'를 고리로 공세를 폈다.
'네거티브' 비난을 의식한 듯 노골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문 전 대표의 '약점'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이런 '협공'에는 선두 주자와의 차별화를 통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담담하게 대처하면서 자신의 질문은 정책 분야에 비중을 두려고 하는 등 '맏형 리더십'을 부각, 안정감을 각인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뜨거운 감자'인 대연정을 두고는 안 지사를 향해 문 전 대표, 이 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나머지 후보가 안 지사를 집중 공격하는 '3대1'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지난 14일 토론회에 이어 문 전 대표에게 '통합적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 대립했다.
안 지사가 먼저 문 전 대표에 대해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던 분들에게 '반(反)혁신'이어서 나갔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라며 "내 편을 들면 예쁘다고 하고, 반대 진영은 배척하는 리더십과 철학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끄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된 뒤 후보를 흔들어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탈당 인사들이 당을 떠난 것도) 다 그 연장선 아닌가"며 탈당 인사들의 자신에 대한 공격을 2002년 대선 당시의 후단협에 견준 뒤 "정권교체에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방어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법인세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주장과 문 전 대표 영입인사들 가운데 문제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각을 세웠다.
이 시장은 "법인세를 여전히 마지막에 증세하겠다고 하는데, 재벌비호라고도 볼 수 있다"며 "문 전 대표는 캠프에 기득권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으고 있다. 뿌리가 '기득권 대연정'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정권교체 돕기 위해서 온 것인데, 환영할 일이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이날 토론은 문 전 대표에게 공세가 집중됐지만, 유독 대연정 부분에 대해서는 나머지 세 후보들이 안 지사에 대한 맹폭을 쏟아냈다.
문 전 대표는 "탄핵에 불복하는 세력, 적폐를 만든 세력과 대연정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도 "도둑과 손을 잡고 도둑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이는 '대야합'이고 '대배신'"이라고 안 지사에게 날을 세웠다.
최 시장 역시 "(자유한국당에 대해) 비난할 부분은 비난하고 개혁정책을 합의하면 같이 하겠다는 것은 나이브(순진)하거나 보수표에 대한 정치적 계산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늘 3 대 1의 게임이다. 대연정과 협치라는 저의 정신에 대해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공격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세 주자가 각자 다른 태도로 토론에 임한 것도 눈에 띄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집중공세를 방어하면서도 네거티브에 말리지 않는데 주력하는 등 포용력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그 연장선 상에서 자신의 주도권 토론 때 정책질문에 집중했다. 시청자들에게 '맏형'으로서의 안정감을 심어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10년 근속 후 1년 안식년' 공약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자영업자는 해당이 안되고, 630만명 비정규직에게도 해당이 안된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 시장을 향해서도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곳곳에 치매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안 지사의 경우 공격할 때에는 날을 세우면서도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며 시청자들의 감성에 어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연정에 대한 공세에는 "누차 토론 때마다 (다른 주자들이) 정치적으로 공격하시니 제가 서운하다"고 했고, 대선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선 "흠없는 인생이면 좋았겠지만 저도 정치적 흠결이 있다"면서도 "존경하는 동지가 그 주지의 사실을 갖고 또 나무라시고 하시니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동시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서는 '기존 협상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대선 전에 졸속추진은 안 된다"는 입장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였고, 대연정에 대해서도 '적폐 청산과 국가개혁에 합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재확인했다. 경선을 앞두고 야권 지지층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재벌들이 최순실에게 뜯겼다는 표현은 재벌 편에 선 표현 아니냐"는 등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선명성을 무기로 '공격수'의 면모를 보였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이 재벌체제 해체를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저는 재벌의 황제경영을 폐지하자고 했지, 재벌기업을 해체하자고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런 단어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1차 과반 득표 저지가 지상과제인 만큼 공격을 집중하면서 진보적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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