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최대단지 분쟁…'최저임금' 경비원·청소원 월급 못받아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P아파트 단지 게시판마다 호소문이 나붙었다.
3천 가구가 넘는 분당신도시 최대 아파트단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호소문은 임금체불로 생계를 위협받게 된 P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이 작성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몰랐던 대다수 주민은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고 반문을 하며 사태 파악에 나섰다.
P아파트 단지 경비원, 청소용역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 110여명은 지난 10일 급여일에 월급을 받지 못했다.
특히 60대 후반의 경비원 82명 대부분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처지여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월세, 식대, 교통비, 수도·전기·난방비,의료비 등 기초생활비를 충당하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관리사무소에서 저희 소속 경비업체에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주민들 간 갈등, 관리주체의법적 권한 등의 문제가 얽혀 발생한 문제로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가는 경비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대책을 호소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모씨는 "평균 연령 65세의 고령으로, 주간근무자 70%는 140만원, 격일근무자 30%는 170만원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쪽방 월세를 내야 하고 일부는 자신은 물론 가족이 아파 요양병원 입원비나 간병비를 급전을 빌리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아 해결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생계비로 기초생활비만 지출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한 달 벌어 한 달을 겨우 버티는 우리에게 급여 체납은 치명적"라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간청했다.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과 관리주체 선정을 둘러싼 분쟁은 서로 주장이 상반되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힘없는 '을'이 가장 먼저 유탄을 맞은 셈이 됐다.
4개 건설사가 공동사업시행인가를 받아 1993년 준공한 P단지는 그동안 1개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관리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단지에 공동관리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며 주민들이 감사를 요구해 성남시는 2015년 1∼2월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관리사무소장), 선거관리위원회 업무에 대한 감사를 벌여 모두 46건의 지적사항을 찾아 수사 의뢰 또는 행정처분하고 효율적인 단지 운영을 위해 건설사별4개 단지로 구분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동별 대표자의 정원을 축소하거나 구분관리를 시행하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의 과도한 지출과 관리사무소 직원의 연장근로 수당 등을 절감하는 한편, 각종 공사 사업자 선정·추진 과정에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수 있다는 주문이었다.
이후 4개 단지 중 1개 단지는 관리주체가 분리돼 지난해 12월부터 구분관리에 들어갔으나 나머지 3개 단지는 법정소송을 포함한 분쟁에 휩싸였다.
한쪽 주민이 제기한 '구분관리추진결의 무효확인' 소송과 공동관리 재추진, 다른 쪽 주민이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등 맞소송이 이어지고 그에 따른 법원 판단이 엇갈리면서 올해 들어 입주자대표회의 공백 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다 기존 관리업체와 새 관리업체가 관리주체로서의 법적 권한을 서로 주장하면서 충돌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비원들은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라며 "단지의 주인인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이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해 전 경비원들이 이렇게 호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는 "받지 못한 경비용역 도급비가 2월분만 1억7천여만원에 이른다"며 "매달 도급비를 받아 인건비를 해결하는 중소업체로서 간접인건비(보험료)는 어떻게 충당했으나 1억3천여만원에 이르는 직접인건비(월급여)는 지급할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당장 생계유지와 가족 의료비 사정이 급박한 것으로 파악된 경비원 10여명에 대해서는 급여 일부라도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감독기관인 성남시는 P단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일 제출한 새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신고에 대해 법정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아직 수리하지 않고 있다.
경비원 임금체납과 관련해서도 지난 16일 P단지 이해관계인 4곳에 공문을 보내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사자들끼리 상호 협의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하고 입주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로 권고하는 데 그쳐 사태 장기화와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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