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당이 배출할 77세 최고령 의원 명예의장 될 가능성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차기 연방하원(분데스탁)의 최고연장자 의원이 반(反) 유로·반 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 소속 정치인 빌헬름 폰고트베르크(77)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16일(현지시간) 차이트온라인과 바이에리셔룬트풍크(BR)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폰고트베르크는 오는 9월 총선을 거쳐 출범하는 19대 개원 당일, 하원 전통에 따라 최고령자로서 명예의장을 맡아 기념연설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잠시라도 폰고트베르크가 의회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는 것이 거북한 점은 그가 유대인 집단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 등 나치의 과거 만행과 전쟁범죄를 독일 주류사회와 매우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데 있다.
이들 언론은 그가 과거 연설 등을 통해 "홀로코스트가 독일인과 독일역사를 범죄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라거나 "홀로코스트는 하나의 신화나 도그마로 둬야만 한다"라는 견해 등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홀로코스트뿐만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가 강제 점령하던 동유럽에서 독일인들이 추방당한 것과 관련해서는 폴란드와 체코 같은 나라를 향해 "집단학살 같은 추방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과를 요구한 적도 있다.
지금은 폴란드 영토인 오스트프로이센에서 1940년 태어난 폰고트베르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에 있다가 2011년 탈당하고 나서 2013년 대안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대안당은 한때 전국 단위 정당지지율이 최고 15% 안팎까지 치솟았으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약진, 당내 권력투쟁 격화, 당내 극우 경도 논란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최저 8%대로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독일 연방하원은 정당득표율이 5% 이상이 되면 의석 배분을 받기 때문에 대안당의 차기의회 원내 진출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독일 정치사를 돌이켜볼 때 냉전을 무너뜨리고 독일 통일에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은 동방정책의 기수이자 사민당의 저명 정치인이던 빌리 브란트가 총리직을 내놓은 뒤 최고 연장자로서 개원 연설을 하던 시절과 지금은 상황이 극적으로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란트가 총리 재임 때인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아가 게토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치 과거사를 사죄한 것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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