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으면 행동" 선제타격 가능성 열어둬…전략무기 적극 투입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17일 기자회견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군사 옵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을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에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를 빈번히 전개하는 등 대북 군사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에 관한 질문에 "모든 옵션을 다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는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만일 북한이 한국과 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록 군사적 갈등까지 가길 원치 않는다는 것을 전제했지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결별을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분명히 말하지만,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이제 끝났다"며 차원이 다른 대북 접근법을 예고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이 스스로 셈법을 바꾸도록 하는 것으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의 위협 수준을 더 높인다면, 그래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레드 라인'을 정해놓고 북한이 이를 넘어설 경우 선제타격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단계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일정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다양한 조치를 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계적으로 군사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압박 수단을 구사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외교적인 압박 수단이 하나의 큰 줄기라면 군사적인 억지 방안은 또 하나의 커다란 기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한반도에 장거리 전략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더욱 자주 투입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유사시 정밀타격 능력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작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은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라는 기구를 신설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억제력인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에 나서거나 사실상 상시 배치에 준할 정도로 빈번히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사시 북한의 도발을 막고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기술을 숙달하는 한미 연합훈련의 강도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점을 언급하고 "한미 연합훈련은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며 지난 40년 동안 한미가 함께했던 훈련으로, 아주 투명하다"며 연합훈련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공중 요격하기 위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1990년대 초 한국에서 모두 철수시킨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 안보팀이 모든 대북 옵션을 논의했고 이 가운데는 전술핵무기 재배치 방안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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