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공각기동대’ 비주얼 잔치 (스칼렛 요한슨, Ghost in the Shell) [통통영상] [https://youtu.be/uXBtrdaTtm0]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전 세계 '공각기동대' 마니아들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떨리게 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공기')이 베일을 한 겹 더 벗었습니다.
우려일까요, 자신감일까요. 여느 영화들과 달리, 실사판 '공기'는 시사회를 푸티지(footage) 상영회로 대체하면서 개봉 전까지 영화의 첫 40분가량만 공개한 상태입니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기'는 1995년 동명의 극장판 재패니메이션을 최초로 실사화한 할리우드의 야심작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메이저'를 똑 닮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는데요. 반 백발이 된 '공기'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가 요한슨의 '메이저'를 극찬한 인터뷰 영상이 전파를 타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사판 '공기'의 배경은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의 도시입니다. 인간들은 돈을 주고 자연적인 신체보다 뛰어난 기능을 자랑하는 기계 신체와 전자뇌를 구입해 장착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의식을 기계 신체에 이식해 무한한 생을 살 수도 있는 꿈 같은 곳입니다.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특수요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주인공인 '메이저'가 이끄는 최정예 '인간 병기' 부대입니다.
어느 날 '메이저'는 신체가 기계화된 인간들의 의식을 해킹해 조종하는 거대 테러조직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해킹된 인간들은 지시대로 트럭을 운전하기도 하고 지정받은 타깃을 암살하기도 합니다.
테러조직의 타깃이 된 것은 대기업 '한카 로보틱스'. 전자뇌와 전자 신체가 발달한 세상을 가져온 IT 대기업이죠.
그런데 테러조직 추적임무를 계속할수록 '메이저'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과거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다 서서히 드러나는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되고요. 종국에는 자신의 존재를 되찾기 위해 반격에 나섭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공기'가 워낙 거장이고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실사판 '공기'의 메가폰을 잡은 데 우려가 컸습니다. 전작인 판타지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비주얼은 화려하지만, 작품성과 스토리 자체는 관객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탄탄한 원작 스토리를 만나면 빛날 수 있는 스타일인 샌더스 감독에게 '공기'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칸 광고제' 그랑프리 출신인 샌더스 감독이 창조해낸 '공기 유니버스'는 실제로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세련되게 구현됐습니다.
실사판 '공기'는 원작 스토리의 뼈대는 거의 그대로 가져가되, 원작의 최대 취약점이었던 스토리 전개상 불필요한 거품을 걷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화 '공기'는 원작에 없던 '오우레 박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도록 함으로써 다소 산만했던 원작 스토리에 응집력을 더했습니다.
다만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메이저'의 기계화 장면에서 영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공기'의 오랜 팬이 아니라면 '고스트'(영혼), '쉘'(기계 신체) 등 '공기' 시리즈의 단골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아 이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해킹 가능한 인식 체계'나 '데이터화된 인간의 뇌' 등 '공기'의 세계관이 생경한 관객에게는 영화 초입부터 지나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특수한 시대의 배경이나 사건의 발단이 된 기업 '한카 로보틱스'를 차근히 소개해 관객들이 느낄 이질감을 줄여주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현란한 CG와 실사를 적절히 조화시켜 임팩트 강한 '공기 유니버스'를 구현해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향후 애니메이션의 실사화가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29일 개봉.
jw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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