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핵심은 생활공간보다 1만배 깨끗한 '클린룸'
(파주=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LG전자[066570]가 지난달 출시한 '나노셀 TV'는 LCD(액정표시장치)에 독자적인 '나노셀'(Nano Cell) 기술을 탑재한 제품이다.
패널 위에 10억분의 1m에 해당하는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분자를 덧입혀 색의 파장을 나노[187790] 단위로 정교하게 조정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TV를 확대하는 한편, LCD 패널에서는 나노셀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이끌겠다는 게 LG전자의 전략이다.
지난 17일 나노셀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을 찾았다.
대형 TV용 LCD 및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주로 생산하는 곳으로 LCD 패널은 7세대 공장(P7), 8.5세대 공장(P8·P9)에서 생산된다.
이 중 이방인의 발길이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된 곳은 P7 라인이다.
P7 라인은 250m 길이에 높이 70m의 4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라인별로 기판의 크기에 차이가 있는데 P7에서는 1,950X2,250㎜의 유리기판을 사용한다.
LCD 패널은 2개의 유리기판 사이에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액정을 넣어 만들어진다.
뒷장 유리기판 앞에는 액정을 제어하기 위한 반도체막(박막 트랜지스터)을 입히고, 앞장 유리기판 뒤에는 컬러필터를 붙인다.
두 장의 기판을 합치고 난 후, 앞뒤로 편광판을 붙인다. 이때 앞 편광판에 나노 크기의 물질을 덧입히면 나노셀 TV를 위한 패널이 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곳은 2층에 있는 '클린룸'이다.
기판에 빛을 쬐어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작업을 거친다. 기판을 마치 빵을 굽는 것과 같다고 해 '토스터'라고도 불린다.
노광기에 넣기 전에는 기판에 구리를 입힌다. 투명하던 기판이 노르스름해졌다.
다른 업체들은 알루미늄을 쓰는 데 반해 LG디스플레이는 구리를 사용한다. 전기전도성이 높고 전기저항이 거의 없어 전기신호 왜곡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공정은 사람 한 명 발길에 까다로울 정도로 청정한 환경에서 정교하게 이뤄진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대외협력팀 김윤호 대리는 "미세먼지 하나라도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출입이 매우 까다롭다"며 "평상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보다 1만배 깨끗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온도, 습도 제어를 비롯해 모든 공정은 로봇이 조절한다. 두께 0.5㎜에 불과한 패널은 사람이 직접 들어 옮기면 깨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역시 로봇이 움직인다.
일은 로봇이 하고, 사람은 1층 원격조정실에서 모니터링하다 문제가 생기면 투입돼 고치는 정도다.
밖에서 클린룸을 들여다보니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가 한명 눈에 띄었다.
김 대리는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사람이 들어가는 순간 클린룸에서는 '오염 인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급적 출입을 최소화해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3층에서는 기판에 컬러필터를 코팅하는 공정이 이뤄진다.
R(빨간색)·G(녹색)·B(파란색) 필터를 입혀 색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각각의 필터의 단계를 조정하면 1천만 가지 이상의 색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2, 3층 공정을 거친 각각의 기판은 4층에서 조립된 뒤 지하 통로를 통해 모듈 공장으로 보내진다. 여기서 백라이트를 붙이고 에이징(Aging), 패키징 등을 거쳐 LG전자 등 완제품 공장으로 가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에 메인보드, 스피커 등을 달면 그때 TV 제품이 된다.
LG전자는 나노셀 기술과 관련, "5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성공한 기술"이라며 "별도의 공정을 추가하거나 제품의 설계를 변경할 필요가 없어 양산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현재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디스플레이를 나노셀 디스플레이로 생산할 수 있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하는 30여 가지 모델의 슈퍼 울트라HD TV 중 절반 이상이 나노셀을 적용한 제품이다.
중국 TV 업체인 스카이워스, 콩카 역시 LG디스플레이에 나노셀 디스플레이를 다량 주문하는 등 나노셀 TV 진영이 늘고 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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