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대치 속 미중 낮은 목소리로 현안 갈등 해법 모색할듯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18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가깝게는 내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멀게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집권기간의 양국 관계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말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 5년의 대장정에 나서야 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은 물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미 행정부로서도 대외적인 '난관'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각별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중국을 향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고, 취임 이후 무려 20여일 뜸을 들인 후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 접촉에 나섰을 정도로 신중함이 눈에 띈다.
현재로선 이날 틸러슨 국무장관이 오후 시 주석을 예방한 후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후 만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만찬은 미국통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나서 주재할 수도 있다.
관심이 쏠리는 건 틸러슨 장관과 왕이 부장 간의 회담이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장관급에서 회담 일정과 의제를 총체적으로 조율하는 자리여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의 정례브리핑에서 이를 확인했다.
CNN방송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6~7일 시 주석을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에 있는 고급 휴양지 '마라라고'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으나 미중 정부는 이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조율 여하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중 간에는 남중국해 영유권·동중국해 센카쿠 갈등·'하나의 중국' 원칙·무역불균형·환율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틸러슨 장관의 방중에 앞서 일찌감치 지난달 28일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확정을 계기로 한국에 사드보복을 개시했고, 틸러슨 장관은 이번에 중국에 사드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비용이라며 사드보복을 멈추라고 주문했다.
여타 정치·경제·외교적으로 더 중요한 현안이 있음에도 미중 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로 '강공'을 주고받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중의 분명한 '셈법'이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중국은 사드 배치로 중국을 레이더 감시권에 둠으로써 자국 안보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한국 때리기를 함으로써 한미동맹을 공격하는 한편 이를 매개로 협상판이 벌어지면 다른 현안과 '딜(거래)'을 염두에 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역시 사드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려는 것인데, 중국이 이를 부정하고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등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결국 한반도 사드배치가 미중 양국의 '거래 대상'이 된 모양새다.
이외의 미중 현안에 대해선 양국 모두 공개적인 입장 거론을 자제하고 있다. 의제 조율과정에서 속내를 드러내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공개된 미중 양국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를 핵심현안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회 폐막 생방송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의 마지노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꼽았을 정도다. 따라서 중국 측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천명하는 걸 전제로 회담 시작을 하려할 공산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직후 미 정상이 대만을 직접 접촉하지 않아온 금기를 깨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할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0여일 만에 시 주석과 전화통화 접촉에 나선 '견제 행보'로도 의심은 증폭됐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보인다.
경제문제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옥죄겠다는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고 나선 형국이다.
중국은 미국이 본격적인 제재의 칼을 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심하고 있어 보인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일본 등과 함께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한편 중일 분쟁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대해 일본을 편들고 나선 상황이어서, 이 또한 미중 간에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일방적인 행동으로 일본의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도 '핵심이익'이라며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친 상태다.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틸러슨 장관이 막후에서 미중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버그넬대 주즈췬(朱智群) 중국연구소 소장은 "틸러슨 장관과 중국 측 상대방이 긴장을 없애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겠지만, 이번 방문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중국 측이 사드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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