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린 북핵 해법…美 압박 요구에 中 "대화하라"

입력 2017-03-18 08:40   수정 2017-03-18 09:04

평행선 달린 북핵 해법…美 압박 요구에 中 "대화하라"

미·중 외교수장 18일 회담…팽팽한 줄다리기 예상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18일 베이징에서 만나 북핵 해법을 논의한다.

중국이 핵 및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전략적 카드'로 여겨 차마 내치지 못하는 반면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까지 진행하며 대북 압박에 나서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미국과 북한, 한국을 협상의 틀로 끌어들이려는 중국과 석유를 끊어서라도 북한에 대해 강력한 압박을 해주길 원하는 미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회동 결과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틸러슨 국무장관은 18일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만날 예정이다.

내달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 회담 조율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양국 정상간 순조로운 회동을 위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는 것도 최대 논의 현안이다.

이미 양국이 내놓을 카드는 대부분 공개된 상황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혼자 모든 책임을 지기를 싫어하는 중국은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탈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6자 회담은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해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간 대화 틀이다. 2003년 만들어졌으나 2008년 12월 중지된 뒤 2009년 4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6자회담을 탈퇴했다.

중국은 북한을 설득해 이 테이블에 앉히겠으니 미국도 한국과 함께 다시 참여해 6자 회담을 재개하자는 구상이다. 최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베이징에 와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것도 이를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한다는 전제 조건 없이는 미국이나 한국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이미 미국은 6자 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상황이라 틸러슨 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이런 의사를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7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6자 회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며 "이미 그것을 다 겪어봐서 안다"고 말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도 지난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전화통화에서 "6자 회담과 같은 기제가 오랫동안 의도한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접근이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고 평가하고 있어 북한 문제에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압박해 이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틸러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이 다양한 카드로 대중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상을 비판하면서 제재·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인 이후 협상에 임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온 점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틸러슨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중국을 향해 북핵 문제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경우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등 경제적인 측면의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최근 대북 제재를 어긴 혐의로 최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ZTE에 한화 1조 원 이상의 '벌금 폭탄'을 물린 바 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을 포함해 제3국 기업들을 무더기로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2차 제재)을 강력한 압박 카드로 내밀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단계적으로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향후 '사드 추가 배치'나 전략자산 전개 등으로 군사적 측면의 역공을 펼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달 미·중 정상 회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으로선 틸러슨 장관의 북핵 관련 중국 압박 공세에 어떤 식으로든 성의 표시를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강하게 반발할 경우 내달 양국 수뇌부 회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환율 조작국 지정 등 중국이 미국의 양해를 얻어야 할 중요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그동안 주장해온 6자 회담 재개 카드를 틸러슨 장관에게 다시 내밀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고삐를 더 쥐겠다는 약속도 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 중지 등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중국이 외부에서는 보는 것처럼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석유를 끊을 경우 북한이 백기를 들고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중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서 처음으로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나 북핵 해법에 대한 견해를 구체적으로 교환했다는 점으로, 이는 향후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핵 해법에 대해 중국은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대화하라는 것이며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해결하라는 입장이라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문제가 있다는 데 양국 모두 공감하고 있어 이들 만남 자체가 북한에 대한 제재가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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