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소비를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지만 예금과 현금 보유를 중시하며 돈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작년 연말 기준으로 개인(가계)의 금융자산 보유액이 과거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개인의 금융자산 보유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0.9% 늘어난 1천800조엔(약 1경 8천236조원)으로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현금과 예금 보유도 1.8% 늘어나 937조엔(약 9천493억원)이나 됐다.
현금만 봐도 전년 대비 3.5% 늘어난 82조6천억엔(약 836조8천억원)로 사상 최고였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저축성이 높은 금융상품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현금을 금융기관에 맡기지 않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엔화 가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 소비를 진작하고 투자를 늘려 침체에 빠진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아베노믹스'를 펴고 있지만, 가계 부문에서 좀처럼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기대한 만큼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인 특유의 저축을 중시하는 성향에 경기 불안감이 겹쳐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개인의 예금·현금 보유가 늘어난 만큼 주식 투자액은 줄어들고 있고 투자신탁 역시 침체된 있는 상황이다.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길게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예금과 현금을 중시하는 자세가 가계에 계속되고 있다"며 "현금을 투자하지도 소비하지도 않고 가지고만 있는 장롱예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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