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들이 '아킬레스건' 지적…安 '소통'·孫 '처칠'·朴 '무수저론' 강조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역량을 검증해보는 TV토론이 18일 첫번째 막을 올렸다.
이날 오전 KBS가 주최한 합동토론회는 '대선전 연대론'을 비롯한 정국현안과 외교·안보이슈, 경제정책을 둘러싼 주자들의 입장차를 뚜렷히 확인해보는 무대였다.
그러나 상호토론 시간이 마련되지 않아 상대 후보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인물과 정책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불거진 민주당을 뺀 3당 개헌합의 문제와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조사 등 뜨거운 이슈도 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방청객과 후보자들간 질의응답 시간은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소개하는 '감성 공약' 시간도 눈길을 끌었다.
◇ '아킬레스건' 지적에 安 '소통'·孫 '처칠'·朴 '무수저' 강조
방청객들은 촌철살인에 가까운 예리한 질문을 던지며 후보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첫 공격은 손학규 전 대표로 향했다. 방청석에 앉은 20대 남자 대학생은 손 전 대표에게 "당적을 잇달아 바꾸고 정계 은퇴 선언도 번복하는 등 책임성이나 일관성에 의구심이 간다"고 물었다.
이에 손 전 대표는 "영국의 처칠 수상이 어떻게 당적을 옮겼는지 아느냐"라고 되물은 뒤 "그는 수차례 당적 변경을 하는 과정을 통해 철혈재상이 돼 영국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적은 옮겼지만, 소신은 바꾸지 않았다"며 "정치적 소신을 바꿨으면 옛 한나라당에서 대선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당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은 친문패권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의원 3분의 2가 개헌을 요구하지만 친문패권 반대로 하나도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화살을 민주당 쪽으로 돌렸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들어 20대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초심이 변한 게 아닌가?"라는 방청객 질문을 받았다.
이에 안 전 대표는 "5년 전 청춘콘서트를 할 때 청년과 소통하고 아픔을 나눴는데 이후 과정에서 제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얼마 전 어떤 프로그램 나가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자 다시 또 청년들이 신뢰한단 말을 들었다. 그런 노력을 더 하겠다"고 답했다.
박 부의장에게는 후발주자로서 인지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박 부의장은 "일반 국민을 대표하는 여론 조사해보고는 말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무수저' 어머니의 헌신과 눈물의 희생 속에 자라온 사람이다. 박주선 같이 어렵고 힘들고 억울한 서민들이 당하고 살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대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 安-孫 '은근한' 신경전…朴 "둘 다 지지율 부진" 공격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서로의 약점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은 채 은근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대통령의 자질로 정직·깨끗한 리더십, 유능한 리더십, 책임지는 리더십, 통합, 설득 등 5대 덕목을 열거하자 "제 말씀 하는 것 아니냐"며 '잽'을 날렸다.
이에 안 전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안철수 현상 살려야 한다. 10년 엉망된 나라 다시 살리는데 다시 만들어야 한다"라며 "이는 제가 한 말이 아니다. 바로 앞에 앉은 손학규 전 대표가 한 말"이라며 응수했다.
후발주자인 박 부의장은 토론회 초반부터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를 밀어붙였다.
박 부의장은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사회자 질문에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각각 안보와 재벌개혁을 제시하자 "안보와 재벌개혁이 당장 되겠냐"고 꼬집었다.
"두 분은 그동안 수없이 좋은 공약과 국정 방향을 말씀하셨는데 지지율 오르지도 않고 답보상태다", "사탕발림 말고 실질적 공약이 필요하다"며 두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잇따라 내놨다.
◇ '내 인생의 한 장면' 눈길…安 넥타이 칭찬에 "저만 국민의당 色"
'내 인생의 한 장면' 코너는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삶을 응축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이었는데 후보들의 전략은 다소 엇갈렸다.
먼저 안 전 대표는 과거 충남대 열린 청춘콘서트 당시 무대에서 강연하는 자신의 모습을 뒤에서 잡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청년들과의 소통에 노력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사진 선택이었다.
안 전 대표는 "카이스트 교수 때 한 학생이 찾아와 펑펑 우는 모습을 보고 더는 교정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 찾아다니면서 위안을 줘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 사진에 담긴 당시 강연장 규모는 1천800석인데 3천 명이 모일 정도로 꽉 찼다. 청년의 아픔을 해결하고자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은 오래된 신문기사 하나를 촬영한 사진을 갖고 왔다.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사실을 통보받은 박 부의장이 어머니와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실린 기사였다.
박 부의장은 "많은 언론이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 와 찍은 사진"이라고 소개하며 "개천서 용 나던 시대에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으로 부족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며 회상에 젖었다.
손 전 대표는 1976년께 집 앞 골목길에서 한복을 입고 서 있는 어머니 사진을 내보이며 "제가 유신독재를 피해 2년간 피해있을 때 사진이다. 이 사진 찍고 6개월 후 암투병하다가 돌아가셨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민주화 운동 조금이라도 이해했음 나라를 이렇게 안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손 전 대표는 빨간색, 박 부의장은 분홍색 넥타이를 하고 왔지만 안 전 대표만 혼자 연한 초록 색상의 타이를 맸다. 안 전 대표는 토론회가 끝나고 넥타이 색상이 예뻤다는 기자들의 칭찬에 "저만 국민의당 색깔로.."라고 말하며 웃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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