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건물 진입 폭 2.6m 도로에도 좌판 깔려 소방차 진입 실패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최은지 기자 =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사고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는 가건물 비닐 천막에 불이 붙으면서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인천소방본부와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36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구 어시장)에서 불이 나 2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새벽 시간대에 불이 나 상인 등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소래포구 어시장 내 좌판 220여 개와 좌판 뒤쪽 건물에 들어선 횟집 등 점포 20여 곳을 태웠다.
전체 4개 구역(가∼라) 좌판 중 3분의 2가량이 몰려 있는 가∼나 구역의 피해가 컸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파악된 재산 피해 추정액이 6억5천만원이라고 밝혔다.
바닷가 인근에 붙어 있는 어시장의 4개 구역에는 가건물인 비닐 천막 아래에 좌판 332개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좌판 4개 구역 뒤쪽과 왼쪽에는 각각 2층짜리 건물 한 동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건물에 횟집, 건어물집, 슈퍼, 편의점, 식당 등 상점 41개가 입주해 있다.
최초 발화지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좌판이 밀집한 비닐 천막에 불이 붙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건축물이 아닌 천장이 비닐 천막으로 된 가건물에는 소방 장비인 스프링클러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건물 뒤편 어시장 건물에는 불이 나면 호스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소화전 8대(비상소화전 4대 포함)가 설치돼 있었지만, 영업하지 않는 새벽 시간대 불이 나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호(51) 소래포구 상인회장은 "좌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건물 등에는 소방서에서 설치한 화재경보기 60여 대가 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경보기는 울린 것으로 확인됐다. 상인들은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보기에서 '삑삑' 소리가 나고 있었다고 전했다.
소래포구 어시장에는 상인회 측이 고용한 야간 경비원 2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최초 신고자는 이들이 아닌 한 상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좌판 4개 구역에도 소화기 81대와 15m짜리 연결용 호스 2벌이 든 비상소화전함 6개가 비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인천 공단소방서 관계자는 "좌판 구역에는 이격거리를 두고 2∼3개 상점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며 "작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후 연말 안전점검 때 좌판 쪽 소화기는 모두 사용하는데 이상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좌판 구역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가건물에서 불이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소화 장비뿐 아니라 좌판과 상점이 밀집한 어시장 구조도 화재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좌판 밀집 구역과 뒤편 2층 어시장 건물 왼쪽으로 폭 2.6m의 소방도로가 있지만, 도로변에도 좌판이 깔려 있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대원은 "해당 도로 쪽으로 소방차가 진입하려면 좌판을 아예 걷어내야 했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소방호스만 끌고 안쪽 좌판 구역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경찰은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어시장에 설치된 60여 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화재 현장을 정밀 감식하고 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