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경멸" 태극기 찢고 교민 위협…도 넘은 '반한감정'

입력 2017-03-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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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경멸" 태극기 찢고 교민 위협…도 넘은 '반한감정'

중국 현지 교민·유학생, 피해·불안 확산에 외출도 자제




(톈진=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중국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쏟아내는 가운데 중국 일반의 반한(反韓) 감정 표출이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19일 중국 톈진(天津)시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 중단, 한국산 화장품 수입 불허 등 각종 제재를 쏟아내면서 현지에서 생활하는 우리 교민의 피해와 불안도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톈진 시내 헬스장 2곳에서는 최근 태극기가 갈기갈기 찢겨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중국인뿐 아니라 우리 유학생도 다수가 이용하는 한 대학 인근 헬스장에는 며칠 전 태극기가 찢긴 채 벽에 내걸렸다.

훼손된 태극기 옆에는 "우리는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 사건을 겨냥한 것일 뿐 한국 민중을 겨누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톈진 시내 다른 대학가의 헬스장에도 대형 태극기가 찢긴 채 조롱당하듯 샌드백 위에 걸렸다.

톈진의 한 유학생은 "해당 헬스장들은 한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이용하는 곳인데 중국인 누군가가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훼손된 태극기를 내건 것은 다분히 도발적인 행동"이라며 "유학생들이 헬스장 측에 항의했지만 수습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모욕당한 것에 격분한 일부 유학생은 물리적 충돌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 헬스장 중 한 곳의 태극기를 벽에서 직접 내렸다.





지난 15일에는 톈진 시내 한 전자상가에서 노트북을 사려던 50대 교민이 상인에게 봉변을 당했다.

전자상가의 중국인 점원은 교민에게 "원하는 사양의 노트북을 주겠다"며 3천900위안(64만원)을 받아 챙긴 뒤 엉뚱한 저급 노트북을 내밀었다.

교민이 이에 항의하자 점원은 "나는 중국인이다. 너희 한국인을 경멸한다(看不起)"고 고함치며 오히려 화를 냈다.

다수의 중국인에 에워싸였던 교민은 현장을 가까스로 피해 더 큰 화를 모면했고 다음날 우리 측 영사협력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인 점원은 자신의 심한 욕설이 담긴 대화 녹음 파일이 관할 파출소에 제출되자, 그제서야 빼앗은돈을 돌려줬다.

현지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유학생 2명이 택시를 타고 가면서 서로 한국어로 대화하자 중국인 택시기사가 고가도로 위에서 이유 없이 차를 세우더니 다짜고짜 내리게 한 뒤 가버렸다"는 피해사례도 접수됐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충칭(重慶)과 함께 중국 4대 직할시 가운데 하나인 톈진은 전체 인구 1천540만명인 대도시로, 우리 교민 2만5천여명과 유학생 6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 이후 중국 정부의 비상식적 규제와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에 시달리는 롯데는 중국 누리꾼들의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까지 당하고 있다.

톈진 시내 롯데백화점은 얼마 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3월 10일부터 영업이 중단된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퍼져 고객들에게 정상 영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느라 진땀을 뺐다.

중국 당국은 사소한 소방 시설기준 위반을 이유로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중단 처분을 남발해 지난 8일 기준으로 문을 닫은 중국 내 롯데마트 수(55개)가 이미 중국 전체 롯데마트(99개)의 절반을 넘었다.

현지 교민단체 관계자는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는 교민이 늘어나면서 외출과 공개된 장소에서의 단체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사드의 영향으로 민간 교류마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한중 간 갈등 해법이 조속히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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