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출력 액체연료 엔진 연소시험…보조엔진 장착
김정은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ICBM 발사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예고한 데 맞서 북한이 곧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다시 격랑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서해 위성발사장(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장거리미사일 발사장)에서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지난 시기의 발동기들보다 비추진력이 높은 대출력 발동기를 완전히 우리식으로 새롭게 연구제작하고 첫 시험에서 단번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엔진 연소시험 장면이 담긴 몇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엔진과 시험장치의 모습은 작년 9월 20일 북한이 공개한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과 유사했다.
당시 북한은 엔진 추진력이 80tf(톤포스: 80톤의 추력)로 측정됐고 연소 시간은 200초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력 80tf의 엔진 4개를 묶어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작년 9월 연소시험에 사용한 엔진은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통신은 이날 '타빈 뽐프 장치'(터빈 펌프 장치)의 성능을 검증했다고 밝혀 이번 시험에도 액체연료를 썼음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엔진의 불기둥 주변에는 작은 불기둥 2개가 더 보였다. 북한이 작년 9월 연소시험을 했던 엔진에 보조엔진 몇 개를 붙여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보조엔진은 미사일 자세 제어용으로, 미사일이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도록 하는 데 쓰인다. 북한이 엔진 출력을 높이고자 여러 개를 결합하는 '클러스터링'을 할 경우 미사일 자세 제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조엔진이 필요해진다.
이번 엔진 연소시험에서는 작년 9월에 비해 불기둥 색이 더 선명해져 엔진 효율성이 커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액체연료가 좀더 효율이 나은 것으로 바뀌었을 수 있고 엔진 효율도 증가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연료통이 작아지고 전체 길이를 줄여 이동식 발사 미사일로 만들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ICBM 엔진 시험을 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은 작년 3월에는 '대출력 고체로케트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한 데 이어 4월에는 '새 형(신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액체연료와 고체연료의 '투 트랙'으로 ICBM 엔진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신형 '북극성-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바 있다. 고체연료는 미사일 주입 시간이 짧아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유리하다.
북한이 북극성-2형에 사용한 고체연료 엔진의 성능을 강화하거나 클러스터링하는 방식으로 ICBM에 장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크기를 줄인 ICBM을 이동식발사대(TEL)에 장착해 미국 본토를 향해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ICBM인 KN-08과 KN-14를 개발해놓고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엔진을 투 트랙으로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체엔진을 사용한 ICBM인 '북극성-3형' 개발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ICBM 엔진 개발에 속도를 냄에 따라 ICBM 시험발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다음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ICBM 발사를 포함한 전략적 수준의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엔진 연소시험을 높이 평가하고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가를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며 대형 도발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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