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토론 발언순서 놓고 신경전…독오른 민주 TV토론(종합)

입력 2017-03-19 15:54   수정 2017-03-19 15:57

자유토론 발언순서 놓고 신경전…독오른 민주 TV토론(종합)

말 자르는 등 신경전…방청석에선 '돌직구' 질문

'내 인생의 한장면' 사진으로 약점 털고 가기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19일 KBS가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합동토론회는 후보가 서로의 말을 자르고 답변하는 등 앞선 네 차례의 토론보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해 놓은 주제 속에서 상대적으로 '열린' 형식으로 진행된 덕분인지 후보들은 답변 순서와 상대 후보의 발언 시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날이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 말 자르고 "제가 먼저 답하겠다" 신경전

시간이 짧긴 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다운 토론'이 진행됐다.

사회자를 중심으로 두 후보씩 마주앉아 서로를 바라보게 한 원탁형 자리배치가 한몫했다.

앞선 토론회에서는 주도권 토론 시간에 후보들이 상대의 질문과 답변 시간 등을 통제해 생각만큼 깊은 토론이 오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지정된 주제 안에서 난상토론 형식으로 문답을 주고받게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토론회를 두고 "자유로운 발제에 의견 피력도 가능해서 조금 여유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사회자가 답변을 끊고 다른 쪽에 발언권을 넘겨도 후보들은 '비공식적으로' 제 할 말을 다한 편이었다.

"기득권 세력이 문재인 전 대표 근처에 몰려든다"는 이 시장의 지적에 문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대답하자 사회자는 최성 고양시장에게 발언권을 주려고 했다.

이 시장은 잠시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청원경찰 동사시킨 이런 분들 모아 개혁이 되겠냐"고 한마디 했다.

문 전 대표 측 영입인사인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이 청원경찰 근무태만을 이유로 열흘 간 초소를 폐쇄해 혹한에 야외 근무를 하던 청원경찰이 돌연사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발언 순서와 시간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일자리 문제 해결방안을 토론할 때 사회자는 문 전 대표에게 발언권을 먼저 주려 했으나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충' 재원 등을 따져 묻고 싶었던 이 시장은 "제가 먼저 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해 발언권을 얻었다.

외교 현안을 토론하는 순서에는 이 시장의 발언이 길어진다 싶자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이 얘기할 때는 타이머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한마디 했다.



◇ 단어 하나하나도 허투루 흘리지 않은 후보들

이 시장은 주요 국가 현안과 관련해 문 전 대표의 말이 바뀐다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 당시 호남의 선거 결과에 따라 거취를 정하겠다고 한 발언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그간 나온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그렇게 말꼬리 잡기 하자면 이 시장은 진보를 주장하시다가 '나는 보수주의자'라고 하거나 재벌 해체를 말했다가 '재벌 해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역으로 물었다.

이 시장은 "재벌 해체가 아닌 '재벌체제 해체'를 말했던 것"이라며 "선진국 개념으로 보면 문 전 대표는 진보·개혁이 아니라 보수적 요소가 많다"는 말로 되받아쳤다.

'대연정'과 대통령제 폐해를 논하는 대목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탄핵은 국민의 힘으로 이뤘다"고 말한 이 시장은 "정치는 정치인의 담합이 아니라 국민의 뜻이 관철되는 과정"이라며 "권력을 나눠주며 타협하겠다 하면 신 '3당 합당'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지사는 다소 격앙된 말투로 "국민에게 365일 광화문에 나가서 시위해달라고 할 건가"라며 "촛불광장에 여야와 영·호남을 넘어 한국당 지지자와 바른정당 지지자도 있는데 그 국민과 함께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청석에서 이어진 '돌직구' 질문

방청석에서는 후보들이 상대에게 던지는 질문 못지 않은 '돌직구성' 질문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세습하는 재벌이 문제지 모든 대기업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재벌체제 해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물음에 이 시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재벌의 불법 요소를 없애 국제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문 전 대표는 '캠프에 모인 사람이 자리를 나눠먹는 전례를 반복할 것 같다'는 물음에 "공직 후보는 청와대 내의 엄격한 검증과 인사청문회를 거칠 것이므로 전혀 염려할 필요 없다"고 답변했다.

최근 복지를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유한 안 지사는 한 방청객이 '청년을 위한 구명보트는 없다'는 안 지사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자 "청년에게는 구명보트 아닌 일자리라는 '풀장'이 필요하다"며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으로 아킬레스건 먼저 드러낸 후보들

'내 인생의 한 장면'이란 주제로 사진을 통해 국민과 공감할 만한 얘기를 듣는 순서는 자신의 약점을 실토하고 이를 해명하는 시간인 듯했다.

가장 먼저 소개한 이 시장은 대학 입학식 때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제 인생에 어머니는 소중한 분인데 형님이 시정에 개입하다가 이를 말리는 어머니를 패서 제가 폭언했다"며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대답해 '폭언 논란'을 사과했다.

"저도 어머니 '기도빨'로 여기까지 왔다"는 농담으로 운을 뗀 문 전 대표는 어머니 사진 대신 특전사 복무 때 사진과 함께 "국방의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말해 '안보 불안 후보' 이미지를 씻는 데 주력했다.

문 전 대표는 "당시 제1공수여단 여단장이 전두환 장군,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안 지사는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사진을 보여주고 "이 사진을 보면서 저 시민의 곁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인 안희정'이 있는데 출발점이 된 사진"이라고 말해 '정체성 논란'을 우회적으로 해명했다.



◇ 곳곳에 최성 '존재감' 부각시도

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최성 고양시장은 토론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이 서로를 향해 '말바꾸기'를 했다고 설전을 벌이자 최 시장은 "모든 정치현상을 흑백논리로 볼 수 없는데 일요일 아침에 그렇게 싸우는가"라며 진화에 나섰다.

앞선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최 시장의 태도에 안 지사는 이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위안부 피해자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하겠다"는 최 시장의 말에 문 전 대표가 "촛불시민을 노벨평화상으로"라고 거드는 듯하자 안 지사는 "두 분 대화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 팀 같다"고 에둘러 두 사람을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군복무 중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얘기를 했을 때는 "그 표창은 버리셔야지 왜 갖고 계시냐"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 '광화문 대통령'·'대화'·'개혁 대통령'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이 바뀔 것인지 묻는 말에 세 후보는 각각의 키워드로 대답했다.

문 전 대표는 '광화문 대통령'을 칠판에 적고 "출퇴근 때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우리 사회가 '대화'를 통보나 밀어붙이기라고 생각하는 정치문화에 지쳐있다"며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에 나오듯 '대화'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개혁 대통령'을 제시하고 "이 시대 과제는 그야말로 적폐 청산과 공정국가 건설이라고 본다"며 "모든 사람이 살만한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개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무리발언에서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단합을, 안 지사는 진영을 뛰어넘은 위기 극복을, 이 시장은 공약을 실천하는 의지를 각각 강조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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