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개정 법 반영"…교수·학생 "표현의 자유 위축…사회분위기 역행"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국민대학교가 공동 수업거부 등 정치적 행동을 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발언을 한 교수를 면직할 수 있도록 학칙을 최근 개정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민대 교수들은 지난해 말 일부 교수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전개한 '집단 휴강'과 같은 활동에 참여할 경우 면직될 수 있다.
해방 이후 최초의 민족사학으로서 교수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보장하기로 유명했던 국민대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대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에서 정기 회의를 열고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제48조의2항 '면직의 사유' 부분이 신설됐다. 정치운동을 하거나,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한 교원을 면직할 수 있는 조항이다.
국민대 측은 "지난해 초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같은 내용이 추가돼 상위법을 학칙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사회 분위기를 거스르는 갑작스러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학교가 법 개정 직후에는 조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갈라파고스 규제(보편적 흐름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규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지난해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과도한 제재라는 논란을 피하려고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 정도로 에둘러 학칙에 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안을 학칙에 그대로 반영했던 일부 학교는 재변경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수회장인 이창현 언론학부 교수는 "교수의 사회 비판을 체계적으로 제재하려는 개악(改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학 사회를 자유로운 토론이 있는 지성의 공간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통제된 조직으로 만들었다"면서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차원에서 헌법소원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에서는 교수가 지지·반대 정당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는 것이 하나의 교수법으로 통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은 "놈 촘스키나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세계적인 석학은 정치적 발언으로 미국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면서 "교수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돼야 대학과 사회가 견제를 받아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도 교내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태준 총학생회장은 "완벽히 잘못된 개정안이다. 학교가 정관으로 교수의 정치적 자유를 막는 건 위헌적인 처사"라면서 "교수회에서 항의 활동을 펼치면 총학도 연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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