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러시아의 친선전 2연전에서 대등한 경기 이끌어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백지선(50·미국명 짐 팩)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18~19일 이틀간 펼쳐진 러시아와 친선경기 2연전에서 최대 소득으로 경험을 꼽았다.
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 강릉 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러시아와 친선경기 2차전에서 2-5(1-1 1-2 0-2)로 패했다.
전날 1차전에서 3-4로 1골 차 패배를 당한 한국은 이날 2피리어드 한때 2-1로 앞서는 등 선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전날 저녁에 이어 이날 낮에 경기하는 등 이틀 연속 강행군에 선수들이 지친 탓인지 피리어드가 거듭될수록 수비 조직력이 허물어지며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백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패를 떠나 세계 랭킹 2위인 러시아와 대결을 펼쳤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뒀다.
사실 아이스하키 국제대회는 철저하게 등급제로 운영된다. 국가 간의 실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16개 팀으로 구성된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과 다음 단계로 한국이 속한 디비전 1그룹 A(2부리그)만 해도 수준 차이가 극심하다.
강팀들은 랭킹이 낮은 팀과는 웬만해서는 친선경기를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 최강팀 중의 하나인 러시아와 친선경기를 치른 것은 뜻밖의 횡재나 다름없다.
백 감독은 "강팀들과 이런 종류의 경기를 자주 치르는 것만이 그들의 레벨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백 감독에게는 어머니의 고향인 강릉에서 치른 경기라 더욱 의미가 컸다.
서울 태생으로 1세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이민한 그는 1990년대 초반 NHL 명문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NHL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스탠리컵을 두 차례나 들어 올렸다.
백 감독은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닭살이 돋기까지 했다"며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 그리고 어머니의 고향에서 한국을 대표해 경기한다는 것보다 더 자랑스러운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 연속 경기장을 많이 찾아준 관중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백 감독은 "아이스하키는 빠르고 피지컬한 스포츠라 한국인의 정서에도 잘 맞는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주고 관심을 보여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 감독은 러시아와 이 정도의 대등한 경기를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상대 팀이 누구든 우리의 계획대로 경기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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