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북부 투자 불허" 보도…'현대판 실크로드' 견제 잇따라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따라 호주 북부에 진출하려는 중국의 계획이 호주 정부의 거부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20일 정부 고위 소식통들을 인용, 호주 정부가 50억 호주달러(4조4천억 원) 규모의 '북부 호주 인프라 기금'(NAIF)에 중국의 참여를 거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 소식통은 중국이 NAIF에 일대일로 구상을 연계시키는 데 큰 관심을 보인다면서도 "우리는 어떤 연계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호주 북부지역을 포함하면서 공을 들여온 만큼 호주 정부의 이런 입장은 중국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보도는 지난달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호주를 방문한 데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오는 22일 수도 캔버라를 찾기에 앞서 나왔다. 중국 총리가 호주를 찾기는 10년 만이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해 맬컴 턴불 호주 총리를 만났을 때 중국이 NAIF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달 초 중국 언론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관련 계약을 맺은 나라가 모두 61개국이라며 계약 액수는 110조 원 규모라고 전한 바 있다.
호주 안보전문가들과 재계 인사 사이에서는 NAIF에 대한 중국의 참여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일대일로 구상이 미국에 맞선 세력 규합용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경제적 수혜를 거론하며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주 정부는 자국 기업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 자금을 굳이 거부하지 않겠다는 쪽이었지만, 지난 2015년 북부 다윈 항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장기간 임차한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반발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대일로 구상이 세를 더해갈수록 다른 나라들의 경계심도 커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중국 서부를 출발해 인도와 파키스탄 간 영유권 분쟁지역을 거쳐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 항까지 3천㎞에 도로와 철도 등을 구축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에 최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유럽연합(EU)도 지난달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잇는 350㎞ 고속철도 건설 계획에 불법성이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전문가는 시 주석의 야심에 따라 2013년 출범한 일대일로 구상이 "비단길이 아닌 점점 진흙탕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투자 대상국 일부의 정치·경제 불안이 세계 최악 수준으로 투자를 하면서 정치적·재정적 위험평가나 시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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