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국무원 산하의 양샤오두(楊曉渡) 감찰부장이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기업가와 이익을 노린 공직자 간 결탁을 매우 위험스러운 관행이라고 경고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양 부장은 왕치산(王岐山)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의 직계로 중앙기율위 부서기를 역임하면서 대대적인 공직사정을 주도해 '저승사자'로 불린다. 작년말 국무원 산하 감찰부장(장관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산당이 정부를 지도하는 체제인 중국에서 당 중앙기율위가 부정부패 사정작업의 최고위 기관이며, 감찰부는 내각 성격인 국무원 산하의 한 부처로서 주로 공직자들을 상대로 한 사정작업을 벌인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양 부장은 지난 18일 한 포럼에서"한 그룹은 시장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후원자를 찾기를 원한다. 다른 그룹은 부를 얻은 뒤 정치권력을 추구하기를 원하며 이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反)부패 캠페인이 관리와 기업가 간 결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부장이 이 자리에서 공직자와 결탁한 기업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법제만보(法制晩報)는 이미 처형된 류한(劉漢) 전 한룽(漢龍)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가를 겨냥한 것으로 전했다.
산시(山西)성 고위 관리와 공모한 '석탄왕' 장신밍(張新明)과 지난 1월 주가 조작죄 등으로 5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쉬샹(徐翔) 쩌시(澤熙)투자관리유한공사 법정대표자 겸 총경리, 연초 홍콩에서 실종돼 중국에서 당국 조사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 등도 관리와 연계된 기업가로 지목되고 있다.
양 부장은 2014년 1월부터 3년가까이 중앙기율위 부서기 재직시절 부부급(副部級·차관급) 이상 고위관료 13명을 낙마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그의 이런 언급은 중국 지도부 개편이 이뤄질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권력에 줄을 대려는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상하이(上海)정법학원의 천다오인(陳道銀) 교수는 양 부장의 발언이 음모를 꾸미는 재벌에 대한 경고일 뿐 아니라 중국 당국이 상황 전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자본이 권력을 장악했다"며 "관리들이 정부에서 승진하기 위해 기업가의 돈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작년 기업과 정부 간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상하이사회과학계연합회 후웨이(胡偉) 부주석은 당국이 핵심 자원을 통제하는 근본적인 경제 체계가 변하지 않는 한 시 주석의 비전이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부패 캠페인이 증상을 완화할 뿐이기 때문에 정부가 문제의 근본 원인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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