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하고 호방한 색다른 고려청자를 보다…'철화청자'展

입력 2017-03-20 13:57  

소탈하고 호방한 색다른 고려청자를 보다…'철화청자'展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특별전 21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려청자'라고 하면 으레 상감기법으로 만들어진 비췻빛 도자기가 연상된다. 예컨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68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梅甁·어깨는 넓고 아래는 좁은 병)'은 고운 비색 바탕에 하늘을 나는 학과 구름 무늬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화려하고 우아한 비색 상감청자는 개경에 거주하는 왕실과 일부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이들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상감청자 대신 철분이 많이 함유된 철사안료(鐵砂顔料)로 장식한 철화청자를 사용했다.

호림박물관은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소탈하고 호방한 멋이 배어 있는 고려시대 철화청자를 중심으로 유물 214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를 21일 개막한다. 이 박물관이 21년 만에 여는 철화청자 특별전으로, 유물 중 절반 이상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철화청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청자와 사뭇 다르다"면서 "일반적인 상감청자의 바탕색은 푸른색을 띠지만, 철화청자는 검푸른 빛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감기법은 무늬를 파낸 뒤 하얀 흙과 검은 흙을 채워 넣지만, 철화기법은 붓에 안료를 묻혀 빠르게 표현한 점이 특징"이라며 "이 때문에 철화청자를 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시원한 풍류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철화청자의 대중성은 출토 가마터의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전북 부안과 전남 강진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 비색 상감청자와 달리 철화청자는 부산, 전남 해남 등지에서도 만들어졌다.

유 팀장은 "철화청자는 대부분 고려청자가 가장 활발하게 제작된 12세기부터 13세기 초반 사이에 양산됐다"며 "가마 내부의 상태에 따라 철사안료는 검은색 혹은 갈색으로 표현되는데, 안료가 검은빛이 돌수록 품질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의 전시 공간은 층에 따라 세 곳으로 나뉜다.

4층은 철화청자 중에서도 명품이라고 할 만한 작품으로 꾸몄다. 연꽃과 당초 무늬가 인상적인 타악기 장고, 철사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바탕은 백토로 상감한 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매병 등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유 팀장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매병은 광택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유약을 입히지 않은 청자는 일부 항아리나 병에서 발견되지만, 매병 중에는 유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3층은 철화청자를 병, 주자(注子·주전자), 화분, 합(盒·뚜껑이 있는 그릇) 등 형태별로 분류해 보여준다. 2층에서는 철화청자와 상감청자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호림박물관은 1764년 제작된 조선 불화인 '시왕도'(十王圖)와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선보이는 기획전도 21일부터 신사분관에서 연다.

시왕도는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명의 왕인 '시왕'(十王)을 그린 그림으로, 한국의 전통 신을 소재로 한 만화인 '신과 함께'가 나란히 전시된다.

이장훈 학예연구사는 "기독교 종교화는 친숙하게 여기면서도, 우리의 불교회화는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불교회화의 의미를 웹툰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전시는 모두 9월 30일까지 개최된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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