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말레이, 김정남 암살사건 '협상전쟁'…팽팽한 대치

입력 2017-03-20 15:12   수정 2017-03-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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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말레이, 김정남 암살사건 '협상전쟁'…팽팽한 대치

북한, 여전히 전면부인 일관 vs 말레이 "시인하라"

현지소식통 "공식회담 가시화는 일러야 이번주 후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외교적 갈등을 빚어온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지루한 협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달 초 수차례 비공개 면담을 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공식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하고 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측과의 신경전이 장기화하자 연일 수사 관련 정보를 유출하며 압박하고 있다.

말레이는 이미 공개한 대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맹독성 신경가스제인 VX로 암살됐음을 인정하는 선에서, 양국이 서로 상대국민에 대한 억류조치를 풀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레이가 현지의 북한 대사관에 은신중인 현광성·김욱일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추정컨대 말레이는 북한이 이미 공개된 사실을 인정한다면 두 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추방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측은 말레이의 이런 입장에 양보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어 보인다.





오히려 현지 외교가에선 북한이 말레이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장병으로 숨진 북한인의 시신을 무단으로 부검하고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말레이 입장에선 '적반하장' 대응인 셈이다.

이에 말레이는 북한에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과 말레이는 김정남 암살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는 근본적인 데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13일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된 이후 북한은 줄곧 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사망자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 아니라 외교관 여권을 가진 북한인 '김 철'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북한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말레이 경찰이 지난 10일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한 뒤에도 북한은 공개적인 기자회견 개최 등을 통해 부인하지는 않고 있으나, 적어도 말레이와의 협상장에서는 사망자는 김 철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인 역시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돼 숨졌다는 현지 경찰의 수사결과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심장병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부패 혐의가 제기돼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진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억류된 9명의 말레이 국민 귀환문제가 중요해진 말레이와는 달리 북한으로선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이라는 자국 심장부에서 발생한 북한 당국 연루 VX 암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표심을 자극하려는 말레이로선 진상규명이 급한 일이지만 북한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처럼 기존 수사결과를 아예 부인하는 '생떼' 주장을 하는데 대해 말레이로서도 물러설 여지가 크지는 않아 보인다.

김정남 암살에 북한 정권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원천무효화하려는 북측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내외에서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북한에 끌려다니는 '저자세 외교'를 보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 용의자들이 대부분 해외로 도주했거나 치외법권인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어 사건의 진상을 끝까지 파헤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말레이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희망하고 있어 보인다.







따라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가족이 시신인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적 국가인 북한 대사관에 김정남의 시신을 넘기는 조건으로 북한내 억류 자국민을 전원 귀환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현광성은 외교관으로서 2등 서기관 신분인 만큼 면책특권을 적용해 그대로 출국시키되, 고려항공 소속인 김욱일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석방되는 시나리오도 함께 거론된다.

북한이 말레이 당국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주고 김정남의 시신 인도 등 핵심 쟁점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에선 공식 협상이 마무리돼 김정남 시신이 북한으로 이송되면, 북한이 재부검을 통해 '자연사'로 결론지은 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를 원천무효화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말레이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아직은 양측의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와 북한간의 공식회담이 가시화한다고 해도 일러야 이번주 후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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