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카드결제 단말기로 이용한다고요?…일단 'OK'

입력 2017-03-20 14:05   수정 2017-03-20 14:30

스마트폰을 카드결제 단말기로 이용한다고요?…일단 'OK'

이달부터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본격 시동

일정 기간 규제 풀어 새로운 금융서비스 출시 지원

금융위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한 금융분야 특별법 제정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금융회사들이 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모두 풀어주는 '금융규제 테스트베드'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감독원·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참여하는 '4차 산업혁명 금융분야 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열어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을 카드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다고 해도 이를 노점상, 푸드트럭 사장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현행법에 모바일 카드단말기 인증 기준이 없어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카드단말기는 여전협회가 정하는 기술 기준에 맞춰 등록해야만 한다는 규제가 있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는 오프라인 기기만 검증할 수 있다. 금융규제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규제 테스트베드가 도입되면 모바일 카드단말기를 통한 카드 결제서비스를 해도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빠르게 확인받아 영업할 수 있다.

그 대신 결제정보 전송 오류 등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스마트폰 카드단말기 개발업체는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사고가 났을 때는 오프라인 카드단말기 업체와 같은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





이 같은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핀테크 선도국인 영국이 2015년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제도를 따 온 것이다.

샌드박스는 놀이터에 모래를 깔아놓은 공간을 뜻한다. 여기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듯 금융사들이 규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품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를 ▲비조치의견서 발급 ▲금융회사를 통한 위탁테스트 ▲지정대리인 부여 등 3가지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비조치의견서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어떤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불명확할 경우 금융당국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회신해 시범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카드단말기가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테스트베드 전담부서를 두고 비조치의견서를 다음 달 말까지 취합해 답을 주기로 했다.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시범 영업을 시작하는 첫 사례는 이르면 다음달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위탁테스트는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핀테크 업체가 금융회사에 자신이 개발한 금융서비스 사용권을 위탁해 시범 영업을 하는 것이다.

은행고객이 자금을 이체하기 전 수신계좌가 사기거래계좌인지 확인해주는 프로그램을 핀테크 업체가 개발했을 경우, 지금은 이를 활용할 수 없다.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와 업무 위·수탁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업체가 은행 등에 프로그램 사용 권한을 위탁한다면 시범 영업이 가능하다.






핀테크 업체가 금융회사의 '지정대리인'이 돼 업무를 위탁받는 방법도 있다.

금융회사가 인가받은 업무를 최대 2년간 위탁받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부터 금융회사를 통한 위탁테스트 방식을 허용하고, 3분기에는 지정대리인 자격 부여를 허용할 계획이다.

시행 성과에 따라 규제 면제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테스트베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TF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등장 속도가 금융규제의 변화 속도를 추월하게 되므로 기존의 규정 중심 금융규제만을 고수해서는 금융혁신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금융 분야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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