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수부대만은 '오바마 유산' 계승

입력 2017-03-20 16:24  

트럼프, 특수부대만은 '오바마 유산' 계승

정규병력보다 대테러전에 제격, 정치경제 위험도 최소화 가능

현재 97개국에 8천600여 명 파견, 아프리카는 16배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군사력 증강을 통한 강력한 미국 재건을 주창하면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흔적 지우기'에 부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수부대 선호 현상만은 계승한 느낌이다.

취임 직전부터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본격화를 천명해온 트럼프 역시 전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IS 등을 상대로 한 대테러전에 특수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NYT), 포브스 등 미언론에 따르면 미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가 지난해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네이비실 등 소속 특수부대원들을 파견한 국가 수는 138개국으로 전 세계의 70%가량 됐다.

올해 들어서도 97개국에 파견된 미군 특수부대원 8천60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동이나 남아시아가 아닌 다른 지역이 파견지였다.

그러나 이라크와 시리아에 파견된 미군 병력 6천 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8천400여 명이 파견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4분의 1가량이 각각 특수부대원들로 파악됐다.

특히 특수부대원 파병이 급증한 곳은 아프리카다. 2006년에는 전체 특수부대 병력의 1%만 아프리카에 파견됐으나 지난해에는 17ㆍ26%나 돼 16배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분쟁 전문매체 더 인터셉터는 지부티, 소말리아, 차드 등 아프리카 전체 54개국 가운데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파견된 국가는 33개로 병력도 1천700명을 웃돈다고 전했다.

특수부대원들은 현지 군경이나 친정부 민병대에 대한 화기 조작에서부터 대테러전과 민사심리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트럼프가 특수부대를 선호하는 것은 해외 분쟁에 대규모 미군 병력 개입을 피하려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특수부대원들과의 합동작전 경험이 풍부한 주위 측근들의 권유도 한몫했다.

측근들은 대규모 파병에 따른 정치·경제적 위험과 민간인 사상자 등 부수적인 피해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을 최소화하려면 소규모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의 단기 파견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트럼프와 공유하고 있다고 언론은 풀이했다.

대테러전 수행 과정에서 미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명확한 철학과 지식을 갖지 못한 채 취임한 트럼프도 측근들의 의견을 수용, 특수부대원들에게 작전 재량권을 확대하면서 대규모 파병에 따른 위험성을 피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라는 얘기다.

트럼프의 특수부대 사랑은 취임 5일에 처음 구체화했다. 그는 국제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현지 지부 격인 무장세력에 대한 기습작전을 승인했다.







알카에다 창시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해 세계적인 조명을 받은 '데브그루'(DevGru, 옛 네이비실 6팀) 요원들에 의한 작전은 요원 한 명 전사와 2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만 낸 '실패작'이었다.

반면 IS가 3년째 점령 중인 이라크 2대 도시 모술 탈환전 과정에서 그린베레를 중심으로 한 450명가량의 미군 특수부대 소속 군사 고문관들은 최일선에 배치됐다.

군사 고문관들은 IS 주요 표적에 대한 공습을 직접 관제하는 한편 서부 모술 지역으로 진격하는 이라크군 지휘관들에게 최적의 작전 자문을 제공, 큰 전과를 거두도록 했다는 평가다.

토니 토머스 SOCOM 사령관(육군 대장)은 지난달 트럼프의 방문 시 IS 등을 상대로 한 대테러전을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이 먼저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면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고, 목표지에 어떻게 제대로 접근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열띤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장성들도 시리아와 아프간에 대한 미군 정규군 병력 증파 작업이 이뤄지더라도 특수부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존도와 선호도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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