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출연 결정에는 그룹차원 검토 있었을 것"…자신 책임과 거리 둬
"포레카 매각 과정서 안종범 전화 받은 사실 없어"…검찰 주장도 반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강애란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의 요청에 압박을 느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다만 자신의 형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인으로 일관했다.
권 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의 출연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재단 설립 취지에는 찬성을 하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기 보다는 압력이나 부담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가) 추진하려는 사업이 환경문제나 각종 인허가 문제 등에 발목을 잡혀 추진이 안 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를 했냐"는 검찰 질문에 "그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 그와 같이 진술)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당시 (정부와 관련된)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부당한 압력 등을 우려해) 출연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나중에라도 혹시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우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출연 결정에는 그룹차원의 검토 작업이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로 증언했다.
권 회장은 "출연 과정에서 그룹에 정한 사회공헌기금 지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고 하기는 힘들다. 어느 정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금 출연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게 되는데, 전경련에서 연락 온 시점과 이사회 결정에 10일 정도 시간이 있었다"며 "그 중간에 검토가 심층적으로는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 매각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최씨와 광고감독 차은택씨 소유의 광고회사 모스코스의 포레카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포레카의 전 대표인 김모씨가 안 수석으로부터 '모스코스가 포레카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권 회장도 같은 취지의 연락을 받았냐"는 검찰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포레카 전 대표 김모씨와 권 회장에게 전화해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김 대표와 권 회장이 협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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