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주총리 등 전직 인사들 "합법화" 등 새 접근법 권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마약 금지는 실패한 정책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데 따른 처벌 일색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권고가 호주 전직 경찰 총수와 주총리 등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마약 이용을 법만으로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보건과 사회문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현직을 떠난 경찰과 검찰의 고위 인사와 주총리 등 각계인사들은 '호주 21'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행 마약 관련 법률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호주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이들은 마약 이용과 관련해 폐해를 최소화하고 사법 시스템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13개 항의 권고안도 제시했다.
권고안에는 마약 소지와 이용에 대한 벌금을 줄이거나 가능하다면 폐지하고, 젊은 중독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규제를 받는 합법적 시장을 통해 암시장을 위축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번 보고서 권고안에는 연방 경찰청장 등 4명의 경찰 최고위급 인사와 2명의 주총리, 2명의 교정 책임자 등 전직자들을 비롯해 전직 판사와 검사를 포함한 법률 전문가, 의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권고안에 참여한 검찰총장 출신 니콜라스 카우더리는 "마약 금지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질병과 죽음, 범죄, 부패 등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카우더리는 이어 "마약 공급에 대한 규제 및 관리, 과세를 통해 불법 수익을 차단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청장 출신 켄 모로니도 법으로 상습 복용자들을 다루는 방식에 회의적이라며 단지 투옥하는 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순도 100%"의 헤로인과 코카인, 아이스(필로폰)와 같은 마약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호주에서는 매년 8만 명가량이 마약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체포된다.
또 2014년 유엔의 세계마약보고서에서 호주는 1인당 엑스터시 이용이 세계 1위, 필로폰은 세계 3위, 코카인은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마약이 널리 퍼져 있다.
덩달아 아시아와 남미 등 곳곳에서 마약이 밀려들고 있으며 최근 대규모 물량의 적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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