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건 본인에게도 큰 불명예지만 국가적으로도 비극이자 수치스러운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강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는 ▲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 ▲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및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검찰은 특히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 관련된 의혹을 중점적으로 캐묻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내용도 신문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이 맡는다. 조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 수사인 만큼 철저한 준비와 효율적인 신문으로 한 차례 소환조사로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일정 수준의 예우를 갖춰 조사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이미 피력한 만큼 이번 조사에서 여러 혐의를 소상히 소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당당히 방어권을 행사해 역사에 기록을 남기면 될 것이다. 진실을 밝힌 후 법적으로 잘못이 있다면 떳떳하게 심판을 받겠다는 태도가 전직 국가원수답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의 진솔한 진술 태도는 향후 검찰이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큰 고비가 남아 있다. 이 문제는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손범규 변호사는 20일 "내일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실 것이다.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면서 "입장 표명 장소와 내용 등 더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적이 없어 메시지 내용에 따라 또다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에 들어간 이달 12일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혀 헌재 결정 불복 논란을 불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논란의 시작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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