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소환] 짧은 입장표명…시민들 "진실 밝혀져야"(종합)

입력 2017-03-21 11:08   수정 2017-03-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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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소환] 짧은 입장표명…시민들 "진실 밝혀져야"(종합)

지지자들 "긴 말은 혼란 초래"…공무원들은 '착잡'

일부 시민은 피로감 호소…"빨리 사태 해결돼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21일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짧게 입장을 밝히고 조사실로 직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두 문장짜리 입장을 밝혔다.

TV로 박 전 대통령 출석과정을 지켜본 시민 이모(30)씨는 "실망스럽다"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도 없고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IT업체에서 일하는 나모(27)씨는 "저럴 거면 왜 미리 입장표명하겠다고 밝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국민이 분노하며 생중계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혐의가 13개 이상인 파면된 대통령이 하나 마나 한 입장발표를 했다"면서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부분 혐의의 사실관계가 확정된 상태"라면서 "구속·엄벌이 불가피하며 검찰이 사즉생의 자세로 제대로 조사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과의사인 김인석(31)씨는 "결국 포토라인에 서서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하는 박 전 대통령을 보니 '진작 특별검사 수사에 응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또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유학생 유모(30)씨는 "왜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했는지 이유를 묻는 외국 친구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면서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을 밝혀 벌 받을 사람은 모두 벌 받아 '한국은 정의로운 나라'라고 설명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선고도 다른 유학생들과 함께 생중계로 봤다는 유씨는 이날 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과정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성명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론분열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선고에 승복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면서 "검찰은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비교적 짧은 입장표명에 대해 "이해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였다는 박모(40)씨는 "어떤 표현·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보니 길게 말하기보다는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점만 부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도 "앞서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은 밝혀진다'고 했는데 본인이 억울하고 죄가 안 된다는 혐의가 있다면 검찰에서 속 시원하게 소명했으면 좋겠다"고 진실을 밝히길 요구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입장표명을 한 것이 중요하지 길이가 길고 짧은 것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이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피로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삼성동 사저 건너편에서 자동차수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3)씨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진을 쳐서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든 말든 빨리 사태가 해결돼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다른 김모씨는 "안그래도 나라가 힘든데 이런 일로 시끄럽게 만드냐"면서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되든 관심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과정을 지켜본 공무원들은 착잡해 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대통령도 아니고 전 대통령인데 공무원 심정이 특별할 것이 있겠냐"며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국정현안이 산적했으니 현재와 같은 혼란이 빠르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은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정부의 지난 4년간 노력과 정책도 함께 폄훼되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상실감도 크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에 대해 투명하게 소명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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