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접근법 예고…"협상 준비된 인물" vs "전략적 외교력 의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영국 정부가 오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기로 하면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이 총리가 향후 2년간 EU 27개 회원국과 벌이게 될 브렉시트 협상에서 타협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 총리 자신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협상에서 강경한 접근법을 예고한 바 있다.
그가 영국의 새 수장으로 확정된 지난해 7월에는 보수당의 한 동료 의원이 그를 "지독하게 까다로운 여성"이라고 표현하자, 메이 총리는 자신의 이 같은 면모를 알게 될 다음 사람은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을 할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총리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국제무대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메이 총리는 예비내각 요직을 두루 거쳐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흔들림 없고, 신중한 수완가로 명성을 얻었다.
친구들로부터는 금욕주의자, 극기심이 강한 사람으로 불리고 정적들로부터는 고집스럽고 답답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매우 기민한 동시에 매우 완고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최장수 내무장관 출신으로 이민·치안·안보에서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쟁점은 메이 총리의 이 같은 비타협적인 스타일과 이민과 치안에 집중한 내무장관으로서의 이력이 무역과 금융 등을 놓고 EU 지도자들과 섬세한 외교전을 벌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인 크리스핀 블런트는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는 메이 총리의 방식은 좋은 징조라고 주장했다.
WSJ는 메이 총리가 영국에서는 EU 국가들 사이에서 외로운 인물로 묘사되고는 하지만, 사실 EU 인사들 사이에서 메이 총리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준비돼 있고, 효율적이며, 상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고위급 EU 외교관은 메이 총리에 대해 "존경하지 않기가 어려운 인물"이라면서 "자신이 믿는 것에 열정적이면서도 다른 방식을 존중하는, 토론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브렉시트 운동의 선봉에 섰던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의 밑그림을 보면 안심이 되지만, 그 약속들을 실제 이행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패라지 전 대표는 메이 총리가 이민을 줄이는 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2017년은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절망스러운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연립 내각에서 산업장관을 지낸 빈스 케이블은 "메이 총리가 매우 철저하고 꼼꼼하게 일하지만, 종종 그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또는 크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고 평가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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