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결코 없어…모욕줬을 것" vs 비숍 "길게 우려 전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친 말을 쏟아놓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국제적인 논란이 되는 자신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비판적일 경우 욕설도 마다치 않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7일 필리핀을 방문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을 만났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마약 용의자 사살을 둘러싼 인권문제가 언급됐는지를 놓고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말을 내놓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회담 이틀 후인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비숍 장관과의 만남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상대를 칭찬했다.
그는 비숍 장관이 소위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언급했는지를 질문받고는 "우리는 결코 인권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매우 정중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내 앞에서 그 문제들을 언급했더라면 모욕을 당했을 것"이라며 "그 때문인지 우리는 국가 간 범죄와 테러문제를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누구도, 특히 미국조차도 자신에게 인권문제를 감히 제기하지 못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이어 자신에 대해 한 가지 나쁜 점을 이야기하면 상대에 대해서는 5가지의 나쁜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싸움을 걸 생각조차 말라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비숍 장관은 완전히 다른 말을 꺼내놓았다.
비숍 장관은 회담 직후에는 양자와 역내, 국제 문제들을 논의했다고만 밝혔으나 20일 호주 언론들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는 동안 반(反)마약 캠페인 문제를 길게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또 "초사법적인 살해에 대한 호주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했고, 인권과 법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라고 덧붙였다.
비숍 장관은 3명의 필리핀 고위 각료에게도 같은 문제를 꺼냈고, 필리핀의 인권위원회와 인권단체 인사들도 만났다고 덧붙였다.
비숍 장관이 이처럼 두테르테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언급을 내놓음으로써 양국 외교관계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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