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와 음악에서 해방된 무용을 전위예술로…70살까지 춤춰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춤의 통념을 깨뜨리는 시도로 미국에서 '포스트모던 댄스'라는 무용의 신기원을 열었던 안무가 트리샤 브라운이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트리샤 브라운 무용단'은 브라운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텍사스 주(州) 샌안토니오에서 오랜 투병 끝에 숨졌다고 20일 발표했다.
2011년 작품을 끝으로 무대를 떠난 그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무용단은 "그녀는 획기적 시도로 예술의 지형을 바꿨다"고 고인을 기렸다.
1936년 미국 워싱턴 주에서 출생한 브라운은 밀스칼리지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뉴욕에 정착한 1961년부터 '문법'이 다른 춤을 창안했다.
그때까지 무용수들은 고전발레의 몸동작을 바탕으로 규격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등을 꼿꼿이 세우거나 엉덩이를 몸속으로 밀어 넣고 긴장을 유지하도록 훈련받았다.
마사 그레이엄을 거쳐 탄생한 현대무용에서도 예술적 기교와 테크닉, 극적인 요소들과 음악성은 유지됐는데 브라운은 춤에서 이마저도 '털어낸' 안무가였다.
그는 기교와 음악으로부터 춤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훈련받지 않은 무용수도 할 수 있는 동작, 맨발부터 운동화까지 등장한다고 해서 '민주적인 춤(democratic dance)'으로 불리기도 했다.
브라운은 아방가르드의 개념을 춤에 접목해 신체의 리듬을 따라가는 동작을 창출해냈다. 1962년 창단한 '저드슨 댄스시어터'와 1970년 세운 '트리샤 브라운 무용단'을 통해 그녀의 춤은 독창성을 구축했다.
춤을 공연장 밖으로 끌어낸 시도도 유명하다. 미술관, 박물관, 심지어는 건물의 지붕이 무대로 변했다.
'빌딩 옆을 걸어 내려가는 남자(Man Walking Down the Side of a Building)'라는 대표작은 뉴욕 맨해튼의 한 창고에서 초연됐는데, 몸을 로프와 도르래에 의지한 남자 무용수가 옥상에서 지상까지 땅과 90도 각도로 평형을 유지한 채 걸어 내려온다. 1971년 초연된 '지붕 작품(Roof Piece)'에서는 12명의 무용수가 서로 다른 빌딩 옥상에 서서 릴레이식으로 동작을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브라운은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를 위한 작품을 제작하거나, 발레리노 미하일 바르시니코프와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다.
1983년 작 '세트와 리셋(Set and Reset)'은 그녀의 포스트모던 댄스의 절정으로 꼽힌다. 생전 1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70살이던 2007년 작품 '나는 나의 로봇을 사랑한다'를 끝으로 춤추기를 멈췄고, 2011년 '눈물 고인 두 눈(Les Yeux de l'ame)' 등 두 작품을 마지막으로 안무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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