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선거·리더십 관련 책 속속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 경선이 시작되는 등 대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자질과 지도자의 리더십, 후보 선택에 대한 조언을 제시하는 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안티고네 펴냄)는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의 말과 글에서 후보 선택의 힌트를 찾는 책이다.
이탈리아의 정치학자인 모리치오 비롤리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 명예교수는 '군주론'과 '로마사논고' 등 마키아벨리의 글과 말에서 20개 조언을 고르고 자신의 논평을 덧붙였다.
왜 마키아벨리의 조언인가. 저자에 따르면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을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해야 하며, 특히 통치자가 근본적인 정치적, 사회적 권리들을 변경시키는 법을 통과시키려 할 때 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조한 최초의 근대적 정치 저술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신중함이란 문제점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고 그 가운데 덜 나쁜 쪽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후보가 없다면 덜 나쁜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조언이다.
후보를 고르는 방법으로는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보고 판단할 것"을 권한다.
정치인들은 위장술의 대가다.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과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 자신이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보여주거나 자신의 진짜 감정을 능숙하게 숨긴다. 이런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개인의 권리와 정치적 자유 등을 둘러싼 입법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동료가 연루된 정치적 스캔들에서 무슨 반응을 보였는지 등을 살피면 된다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살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어떤 통치자의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갖게 되는 첫 번째 평가는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봄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한다.
마키아벨리는 또 "인간이란 자기 자신의 문제에만 몰두해 있고 그러면서 자기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이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가 어렵다"고도 말했다. 아첨꾼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조언자를 원하는 사람을 뽑으라는 이야기다.
권좌에 너무 오래 앉아있던 사람들도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마키아벨리는 오래된 군사 지휘부가 로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지휘에 대한 경험을 쌓게 돼 명성이 소수에게만 국한됐고 한 시민이 오랫동안 한 군데의 지휘관이 되어 그 군대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파벌로 삼게 됐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청년이 무언가 탁월한 공적을 통해 명성을 날릴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도시가 그를 즉시 활용하지 못하고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 나라는 그가 젊었을 때 활용할 수 있었던 정신적 활력이나 기민한 적응력이 소진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로마사논고 중)
저자는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권좌에 앉아있었던 후보보다는 젊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논평을 덧붙인다.
지도자의 말솜씨를 눈여겨보라는 충고도 있다. 마키아벨리는 "뛰어난 장군은 훌륭한 연설가인 경우가 많은데 왜냐하면 전체 군대를 향해 어떻게 말할지 모른다면 그는 좋은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말솜씨를 정치적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로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실제 이런 조언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마지막 장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나머지는, 당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김재중 옮김. 184쪽. 1만1천400원.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의 철학'(이상북스 펴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도자의 철학을 제시한다.
강 교수는 국가를 '온 국민이 사는 집'으로 규정한다. 오늘날 그 집에 사는 국민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집수리' 정도로는 어렵고 아예 '새 집'을 다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책에서 새 집을 지을 설계도의 세부 구조를 제시한다.
그는 지금의 '헬조선'에는 '재벌-국가 복합체'가 뿌리 깊이 깃들여 있다고 본다. 이 복합체에서는 핵심 인물들이 권력이나 돈에 중독된 것이 핵심이며 그 기저에는 경제성장 중독증이 깔렸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시각이다.
저자는 나아가 그 주변에서 각종 보조 역할을 한 '부역자'들 역시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보통 사람들 역시 기득권이 제시한 프레임에 갇혀 있는 만큼 우리 자신의 느낌과 생각, 행위 전반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를 통해 새로 짓고자 하는 집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며 사회적 약자나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구조와 풍토를 바꿔내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이런 관점에서 땅, 돈, 사람에 대한 철학부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평화 통일, 정치·언론·대학·재벌·조세·금융 등 사회 각 부문의 개혁을 위한 제안을 내놓는다. 276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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