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한달 앞으로…후보별로 예산부터 노동시장까지 입장차 뚜렷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대권 주자 5명은 주요 정책 방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연합(EU)과 난민 정책에 대한 입장차가 크게 주목되는 가운데 예산, 국방, 무역, 노동개혁 등의 문제에서도 후보들은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 EU' 르펜·'EU 강화' 마크롱…후보별 뚜렷한 입장차
후보들의 입장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EU 탈퇴와 난민 정책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유로화를 버리고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 EU와 더불어 반 난민을 표방하는 르펜은 난민 수용 인원을 80% 감축해 연간 1만명 수준에 맞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프랑스 국적 취득을 어렵게 하고,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추가 부과하는 안도 포함됐다.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프랑수아 피용도 연간 난민 수용 인원을 정하고 이들에게 주는 혜택을 축소하자는 측면에선 르펜 후보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피용은 각 정부를 기반으로 EU 통합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란 점에서 다르다. 피용은 이를 위해 EU 의회 외에 유로존 지도자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기구 출범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중도 좌파를 표방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EU 문제에 있어 르펜 후보와 대립점에 있다. 그는 EU 역할 확대를 강조하며 재정, 경제, 사회 분야 규제에 있어 EU의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을 지지하며 당선 시 망명 신청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밝혔다.
집권 사회당의 베누아 아몽도 EU 문제에 있어 마크롱 후보와 비슷한 견해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난민 문제에 있어 프랑스가 더 많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를 포용하고 이들이 사회 안에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르펜·아몽·멜라숑 긴축재정반대…마크롱 북유럽 경제모델 표방
대선 후보 간에는 정부 예산과 노동시장 개혁 공약도 입장차가 있다.
일단 극우인 르펜과 극좌인 멜랑숑, 사회당 아몽은 긴축재정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르펜은 긴축정책을 비판하며 노동자 계층을 위한 세금 감면과 복지혜택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몽도 월 750유로의 기본소득 보장, 로봇세 징수, 교사 및 의료인력 확대 충원 등 급진적 공약을 걸었다. 아몽은 공공예산 집행 규모도 2020년까지 710억유로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멜랑숑도 예산을 2천500억 유로까지 늘리고 공공분야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족한 예산에 대해 르펜은 EU 탈퇴와 난민 축소로 절약한 부분을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아몽은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율을 높여 충당하겠다는 안을 냈다.
피용은 예산 삭감과 함께 공공분야 일자리 50만개 감축 등을 주창했으나 그 또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세금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들과 달리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한 마크롱은 북유럽 스타일 경제모델을 내세웠다. 그는 사회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 지출을 향후 5년간 600억 유로를 감축하지만 동시에 500억 유로를 프랑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쏟아붓겠다는 다소 복잡한 모델을 밝혔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르펜은 기존의 주당 35시간 노동제를 유지하고 은퇴 연령을 낮추는 한편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에 대해선 비과세 원칙을 제시했다.
친기업 성향인 피용은 35시간 상한제를 폐지하고 공공부문에 한해 39시간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노동시장의 경직성 타파를 예고했다.
현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은 장관 재직 당시 근무시간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선에선 입장을 다소 바꿔 35시간 노동시간은 유지하되 유연성을 도입,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안을 내놨다.
◇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대외경제정책 공약도 차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최근 세계적인 화두가 된 무역과 국방 문제에서도 대선주자들은 뚜렷한 견해차를 보인다.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르펜은 프랑스 기업의 이익 보장을 앞세우며 국제무역협정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내놓았다.
마크롱은 EU를 통해 '유럽 방어'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EU의 주요 산업에 한해 외국의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크롱은 5명 중 유일하게 EU와 캐나다간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를 지지하는 후보기도 하다.
아몽과 멜라숑 두 후보는 CETA가 같은 무역협정에서 프랑스가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그 내용은 다르다.
멜라숑이 농업 등 프랑스 주력 상품에 대한 부양책을 포함한 '공정한 보호주의'를 표방한다면 친 EU 성향 후보인 아몽은 '유럽 관점에서' 보호주의를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 기업 인사인 피용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 국방·안보 강화 필요성에선 의견 일치
다섯 후보가 의견 일치를 보이는 지점은 국방과 안보 강화다.
르펜은 EU에 이어 나토를 탈퇴하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8% 수준인 국방예산을 3%로 늘리고 병역제도 부활을 제안했다. 르펜은 이슬람 극단주의자 퇴치를 위해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용도 국방, 안보, 사법 분야에 예산을 120억 유로로 늘리고 교도소 수천 곳을 더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도 국방예산을 2% 늘리고, 경찰 1만명을 증언해 경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 정책에 있어 'IS 격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이를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몽도 국방예산 증가와 경찰 인원 확대를, 멜라숑은 나토 탈퇴와 경찰력 증강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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