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추가지원 없다더니…말 바꾼 정부, 책임론 비등

입력 2017-03-23 11:00   수정 2017-03-23 14:52

대우조선 추가지원 없다더니…말 바꾼 정부, 책임론 비등

채권단·회사 '무능과 부실' 감독·경영…한진해운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

"인적 책임 강하게 물어야" vs "구조조정 실무자 면책 제도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산업·금융팀 = 정부와 채권단이 23일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포함해 7조원 가까운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를 포함한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 회의 이후 대우조선에 대한 4조2천억원의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 6개월도 안돼 금융당국은 국가 경제를 거론하면서 거액의 혈세를 다시 대우조선에 투입하겠다며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

채권단과 대우조선 회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채권단은 감독을 제대로 못했고 대우조선은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약속한 자구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인적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조조정 실무자에 대한 면책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 '장밋빛 전망'의 오류…수주액, 정부 전망의 10분의 1 수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게 된 것은 결국 정부가 2015년 10월 4조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2016년 수주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2016년 대우조선의 수주 예상치를 115억달러로 잡았다.

이 정도의 신규 수주만 확보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실제 수주 실적은 당국의 전망치 10분의1을 조금 넘는 15억4천만달러 그쳤다. 이는 지난해 7월의 수주 전망치 62억달러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신규 수주 실적이 전망치에 미달하면서 대우조선은 위기설에 시달렸고 시장의 불안은 커졌으며 이런 분위기는 다시 수주에 악영향을 미쳤다.

임 위원장은 "2015년 10월 지원을 결정할 당시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했지만, 업황이 너무 좋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추가 지원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임 위원장 스스로 지난 21일 국회에서 "앞으로 대우조선 관련 유동성 문제가 100% 없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채권단과 대우조선 회사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임직원을 낙하산으로 보냈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대우조선 사외이사들에도 정치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물이 내려왔다.

대우조선 관련 비리 의혹이나 관리 소홀로 검찰 수사를 받은 민유성, 강만수, 홍기택 등 3명의 전직 산업은행 최고경영자들도 낙하산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대우조선 부실에 대해 산업은행의 소홀한 관리·감독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부실 경영의 합작품이라고 감사결과를 밝혔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원 임명에 관여하고 있어 낙하산이 낙하산을 낳는 부실 감독의 악순환에 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 한진해운과 차이는…"경제 리스크 크다" 대마불사 논란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법정관리를 결정하고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계속 지원을 하는 데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원이 없다"는 시장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구안 이행률 등이 미흡한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경제적 리스크'를 내세워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파산하면 건조 중인 선박의 고철화, 5만개 이상 일자리 소멸,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 57조∼59조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경우에도 파산하면 업계 추산으로 매년 17조원의 손실 발생, 동북아 허브항만 상실, 물류 대란, 해상운임 상승,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의 피해가 우려됐다.

국회에서는 '57조원 피해 추산'에 대해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7조원 피해 추산에 대해 "국회 주도로 회계법인을 정해서 대우조선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 한진해운은 민간인 소유주가 존재했지만 대우조선은 그렇지 않고 두 기업의 경쟁력도 달랐다고 주장한다.

조선업은 고용·산업 전후방 효과가 크지만 해운업은 그렇지 않고 무엇보다 한진해운은 소유주의 자구노력 의지가 부족했다면서 대우조선과 한진해운을 비교할 수 없다고 정부는 반박했다.



◇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 줄줄이 수사



대우조선에도 문제가 많다. 전·현 경영진들이 줄줄이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약속한 자구안은 부실하게 이행했다.

정성립 사장은 2015년도 실적발표를 하면서 1천200억원대 회계조작을 한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임 고재호·남상태 사장도 재임 당시 고의적인 대규모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감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임기 연장 등을 의식하며 '단기간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무리한 저가 수주를 해 회사에 위험부담을 떠안겼다.

부실 경영을 하면서도 고 전 사장은 재임 당시 1년에 많게는 9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남 전 사장은 퇴임 뒤 2년간 고문 자격으로 5억원 이상을 챙겼다.

조선 3사 중 가장 신속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곳이 대우조선이지만, 정작 자구계획 이행률은 3사 중 가장 저조하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자구계획 이행률은 29%로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보다 훨씬 낮다.

특히 인적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치상 목표 달성을 위해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 출신 정규직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해 논란이 일었다.

정작 직영 인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산직의 경우 사무직과 달리 임금 반납이나 무급 순환 휴직을 전혀 하지 않았다.



◇ "큰 수술하려면 책임 부담 덜어줘야"



혈세를 낭비한 잘못된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실무자들에 대한 면책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해 선의에 따른 구조조정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책임 문제 때문에 어느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면 구조조정 실패보다 더 나쁜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신속성을 위해 관련 부처와 부서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구조조정은 큰 수술과 같은데 책임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누가 수술을 하려 하겠느냐"고 면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lees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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