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가창오리 어디로"…충남 천수만서 철새가 안 보인다

입력 2017-03-22 06:00  

"그 많던 가창오리 어디로"…충남 천수만서 철새가 안 보인다

먹이 부족·각종 개발 등 서식환경 악화가 주 원인

(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국내 주요 철새 도래지인 충남 천수만에서 겨울철새가 사라지고 있다.


먹이가 급감하는 등 서식환경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서산버드랜드 등에 따르면 드넓은 간척농지가 있는 천수만 일대는 먹이가 풍부하고 자연상태가 양호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겨울철마다 30만∼40만마리가 찾는 국내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철새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번 겨울 천수만을 찾은 겨울철새는 10만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기러기류가 주종을 이룬다.

해마다 10만마리 이상 떼로 비상하며 장관을 이뤘던 가창오리는 2010년을 전후로 자취를 감췄다. 이번 겨울에도 수백마리가 며칠간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을 뿐이다.

가창오리가 급감한 것은 2009년 천수만 농경지를 일반에 분양한 이후 탈곡 시 떨어진 낟알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창오리는 떼로 몰려다니며 농경지 바닥에 떨어진 벼를 먹고 생활한다.


부남호 주변 B지구 간척농지에 골프장 등으로 이뤄진 기업도시가 본격 조성되면서 철새 서식에 필요한 생태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산버드랜드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3천∼5천마리가 천수만을 비롯한 주변 저수지 등에서 월동했고, 겨울 진객인 황새가 이번 겨울 한꺼번에 20여마리나 관찰된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한성우 서산버드랜드 주무관은 "먹이 환경 악화가 철새 개체 수가 급감의 근본적인 이유로 분석된다"며 "4대강 사업 등으로 철새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습지환경이 바뀌면서 국내를 찾는 철새의 이동이나 서식환경이 변한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생태사진작가인 김신환씨는 "자연환경 변화 등으로 철새 개체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천수만에서 머무는 기간도 줄었다"며 "편히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하는 철새의 서식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이라고 말했다.

min36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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