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삼각대 챙길 정도로 방송 매력에 푹 빠져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서은이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21개월 때부터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스스로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오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엄마 행복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어요"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세 살배기 아이가 10분짜리 동영상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웃고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고 저절로 '엄마 미소'가 나온다.
국내 최연소 1인 방송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서은이야기'의 주인공 신서은(3)양의 이야기다.
지난해 5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서은이야기는 약 270여편의 콘텐츠가 업로드됐다.
서은이는 지난해 말 CJ E&M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티비에서 진행한 '제2회 키즈 크리에이터 선발대회'에서 '키즈 유튜버 영재'로 선발되기도 하다.
서은이 부모인 신상목(40), 김주라(37)씨가 서은이를 주제로 키즈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기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서은이가 애정결핍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중고생 수학강사인 신씨와 김씨는 직업 특성상 모두 퇴근이 늦다. 서은이를 어린이집에서 밤 9시가 넘어서야 데려오는 일이 다반사다.
22일 기자와 만난 김씨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아이가 제대로 놀아줄 시간이 없다 보니 서은이가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자지러지게 우는 등 다른 행동을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아이와 제대로 놀아줘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왕 하는 거 놀아주는 모습을 매일 유튜브에 올리면 매일 빠지지 않고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유투브 업로드를 시작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구독자들이 서은이의 귀여운 모습에 반응을 보여주니 영상 업로드를 멈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서은이가 보여준 변화가 놀라웠다.
키즈콘텐츠 서은이야기 주인공 신서은(3)양[https://youtu.be/NPPRedMdKro]
신씨는 "늦게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면 '아빠 싫어'라고 하며 아무 이유 없이 울고 어린이집도 잘 안 가려 했다"며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런 일들이 사라졌고 지금은 또래보다 표현력이 풍부하고 신체 발달도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서은이야기'의 구독자 수가 늘면서 어느 정도 수입이 확보되자 이달부터 엄마인 김씨는 학원 강의를 중단했다.
신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일찍 데리고 오고 저도 강의를 조금 줄인 상태"라며 달라진 가족분위기를 전했다.
서은이의 사례처럼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서 키즈 콘텐츠의 인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유아 자녀를 둔 지금의 20∼30대 부모들은 모바일에 친숙한 세대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접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동영상 키즈 콘텐츠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구독자 수가 143만에 달한다. 서은이가 즐겨보는 '라임튜브'의 유튜브 구독자는 50만명이다.
서은이야기 구독자는 현재 약 4만1천명 정도로 크리에이터가 본업을 접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한 10만명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구독자들이 하나의 콘텐츠를 반복해서 보는 키즈 콘텐츠의 특성상 다른 크리에이터에 비해 편당 조회 수는 높은 편이다.
실제 약 5개월 전 서은이가 키즈카페에서 노는 영상을 찍어 올린 콘텐츠는 조회수가 268만회에 이른다. 콘텐츠 클릭 한 번에 약 1원 정도의 수익이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이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키즈 크리에이터 선발대회에서 멘토를 해준 '라임튜브'의 주인공 길라임(5)양에게 선물을 받은 일을 꼽았다.
아직 말이 서투른 서은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발레 수업이다. 서은이는 "오늘 엄마가 (발레하는 모습을) 찍어줬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서은이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와 장난감을 찾고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거의 매일 콘텐츠를 업로드할 예정이다.
더 크면 아이와 영어로 자연스럽게 노는 영상을 담은 영어 채널도 진행할 계획이다. 키즈 콘텐츠가 새로운 한류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도 이들이 콘텐츠 글로벌화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다.
김씨는 "서은이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서은이야기의 운영 목표"라고 말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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