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서 우리나라 관광 산업이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관광도 평소 리스크를 분산해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사드로 인한 관광산업 피해가 메르스 사태처럼 큰 규모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기간도 일본 독도 분쟁 이후처럼 장기간 이어진다면 수십억 달러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전경련은 기존에 중국과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관광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콘트롤타워가 돼 동남아 관광객의 일시적 무비자와 같은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르스 수준 광범위한 충격, 독도 분쟁 때처럼 장기화할 수도
먼저 전경련은 방한 외국인의 중국인 비중이 46.8%임을 감안할 때 관광객이 절반으로 감소했던 메르스 사태와 같이 큰 규모의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르스 사태 때는 여파가 2개월여동안 지속됐는데도 관광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억 달러 감소했었다.
전경련은 또 사드 같은 외교 문제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속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관광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은 2012년 독도 마찰 이후 3년에 걸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 수치는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 한국, 외국 관광객 中·日에만 의존…수도권·쇼핑 위주
우리나라의 지난해 외국 관광객 현황을 보면 중국 46.8%, 일본 13.3%, 미국 5.0%로 상위 3개국 비중이 65%를 상회한다.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2명이 중국, 일본, 미국인 중 하나인 것이다.
반면 관광 강대국은 다양한 국가를 고르게 유치했다. 태국은 상위 3개국 의존도가 42.2%에 불과했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40% 내외였다.
이들 국가는 최상위 국가의 관광객 비중이 20%대를 넘지 않아 중국에 절반가량을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은 주로 서울 78.7%, 경기 13.3% 등 수도권을 위주로 여행할 뿐 관광자원이 풍부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를 방문하는 경우는 평균 3.1%에 불과했다.
주요 활동도 쇼핑(71.5%)에 집중돼 있어 다양한 관광 선호도를 가진 외국인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경련은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다양한 지역관광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독일 옥토버페스트 같은 축제관광, 뉴질랜드 바닷길 조성 등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제안했다.
◇ 동남아 관광객 조건부 무비자 등 정책 시급
전경련은 관광 다변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며 동남아 관광객의 비자 절차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관광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동남아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대만은 2016년 중국의 관광 제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16.1% 줄어들었음에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을 사상 최대치(1천69만명)로 달성했다.
동남아의 조건부 무비자를 확대하고, 인기예능 '꽃보다 할배 대만편' 같은 해외 마케팅을 적극 추진해 동남아, 한국, 일본의 관광객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관광은 서민 내수와 직결되므로, 콘트롤타워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관광청을 신설해 동남아 비자발급 요건 완화, 면세점 즉시환급제 도입 등 신속한 규제 완화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관광 산업은 소규모 숙박시설, 영세 관광버스, 지역 식당 등의 일자리와 생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내수 산업"이라며 "사드로 중소, 영세 기업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비상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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