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안, 길거리·기업서 집중단속…불법체류·취업 단속 '명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 결정 이후 중국 당국이 한국인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가운데 주중 공관들이 불미스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교민들에게 여권소지를 당부하고 나섰다.
최근 중국 공안당국이 길거리에서 검문하거나 한국 기업을 방문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여권 또는 거류증을 보여달라며 압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22일 교민과 유학생들에게 '중국 내 체류 관련 유의 사항 안내'를 통해 "여권을 반드시 가지고 다니라"고 요청했다.
주중 공관이 교민을 대상으로 여권 소지를 공개적으로 당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외국인이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중국 체류시 분실 또는 불편함 때문에 실제 여권을 소지하고 일상 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은 드물다.
중국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 외국인은 중국 체류 시 본인의 여권 또는 여행증명서, 외국인 거류 허가증을 소지해야 하며 공안의 검사에 응할 의무가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이 규정을 활용해 한국인들을 단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최근 중국 공안당국이 길거리, 기업, 종교 활동지, 거주지 등에서 한국인들의 여권 또는 거류 허가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거주지 주숙등기(住宿登記) 미등록자를 적발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꼼꼼히 점검하는 만큼 체류 관련 서류를 빈틈없이 준비해서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주요 한국 기업들에 공안원들이 들이닥쳐 여권, 거류 상황 등을 조사한 바 있으며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 지역 한인 사업체와 한인회 등 수십 곳의 한인 단체가 중국 공안의 불시 점검을 받았다.
칭다오(靑島)에 있는 한국 기업 가방 공장에는 최근 중국 공안이 갑자기 찾아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사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공안은 한국인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답변을 카메라로 촬영해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 한인타운인 훙취안루(虹泉路)에서는 이달 초 현지 공안들이 한국 교민들을 일제 검문하기도 했다. 이들 공안은 여권, 비자 등을 살펴보며 합법 체류 여부를 확인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최근 한국인 불법 체류와 불법 취업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천<土+川>)시 등의 한국인 거주 주택가와 식당가 등에서 집중적으로 불심 검문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선전에서는 비자 기한을 넘겨 체류했다가 구류와 벌금형을 받은 뒤 추방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현지의 한인 사업체에도 노동 당국이 나와 직원들을 상대로 불법 취업자 단속에 나섰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이뤄지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면서 한국인에 대한 집중 단속은 이달 초에 비해선 강도가 다소 낮아진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등에서 반한(反韓) 감정 선동은 여전하며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와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는 여전해 한국 교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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