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교수 '지민의 탄생'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부는 최근 4대 강에서 발생하고 있는 녹조 피해를 줄이려면 보의 수위를 낮춰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4대 강 사업 초기 보를 쌓으면 수량이 많아져 수질이 좋아진다고 했던 정부 주장과는 다른 결과였다. 4대 강 사업은 계획 단계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수질 악화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시 4대 강 사업에 반대한 학자들은 대한하천학회라는 새로운 학회를 만들어 문제점을 지적했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은 현장조사를 통해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간 '지민의 탄생'(휴머니스트 펴냄)에서 이처럼 정부와 거대기업에 대항한 사람들을 주목한다. 이들은 사회적 쟁점에 대해 공부하고 참여하는 똑똑하고 지적인 시민으로, 이른바 '지민'(知民)이다.
저자가 보기에 세상은 정치인과 지식인의 보이지 않는 연대로 작동해 왔다. 시민에게 정치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은 지식권력을 창출한 지식인의 도움을 받아 정책 논리를 만들었다. 저자는 이런 형태의 연합을 '지배지식동맹'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길이 열리면서 전문가적 지식으로 무장한 '지민'들이 등장했다. '지민'은 지배지식동맹과 맞서기 위해 사안별로 시민지식동맹을 결성했다.
저자는 시민지식동맹이 활약하면서 '지식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지식정치는 아래로부터 형성된 시민지식동맹이 정치엘리트와 지식엘리트로 이뤄진 지배지식동맹과 대결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변화상을 살핀 저자는 시민지식동맹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사례인 삼성 백혈병 사태, 광우병 촛불운동, 황우석 파동, 4대강 사업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예컨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을 직접 읽고 부정행위를 밝힌 시민과학센터 활동가들을 소개하고, 황 박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인 '황빠'가 어떻게 생겨나고 활동했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도 지배지식동맹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그는 "이번 사태는 엉망인 지식엘리트와 정치엘리트의 부당한 결합으로 빚어진 비극"이라며 "똑똑한 시민, 곧 지민에 의한 민주주의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440쪽. 2만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