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자신엔 관대, 타인비판은 네거티브" 文 직격…승부수 띄웠나(종합)

입력 2017-03-22 17:39   수정 2017-03-22 18:53

安 "자신엔 관대, 타인비판은 네거티브" 文 직격…승부수 띄웠나(종합)

文의 "네거티브 멀리하라' 공격에 페이스북에 작심하고 글 올려

安 "너무 공격에 시달려 서운함 있어"…2박 3일 호남行

(서울·전주=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최평천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수위 높은 공격을 자제해 오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상대를 향한 공격을 자제해 오던 안 지사가 그동안 보여주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올린 이 글을 두고 안 지사 측은 그간 쌓여온 감정을 담담히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지사는 22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을 향해 "자신에게는 관대-타인에게는 냉정,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는 자신의 '선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문 전 대표가 '분노가 빠졌다'고 비판했던 것과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문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의 대응에 불편했던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안 지사는 그동안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원칙에 따라 다른 경선주자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왔다는 게 안 지사측의 설명이다.

TV 프로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실 때 결심한 건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자'는 것"이라고 하거나 대선 출마선언 때 "형제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에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박수현 대변인이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자 왜 그렇게 대응했느냐면서 박 대변인을 질책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반려되긴 했지만 자신의 논평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안 지사에게 흠이 될까 봐 박 대변인이 사표까지 냈을 정도로 캠프 역시 안 지사의 '대원칙'을 따라 움직였다고 한다.

그러던 안 지사와 캠프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 계기는 전날 열린 대선주자 TV토론이었다.

문 전 대표가 "주변에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멀리 하라"고 하는 등 안 지사를 직접 겨냥하자 '더는 참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TV토론이 방송된 후 자신이 쓴 글을 참모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올려서 공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용에는 동의하면서도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참모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안 지사는 한밤중에 글을 게시했다.

안 지사측 의원 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꽃으로라도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안 지사가 오죽했으면 '질린다'는 표현을 써가며 글을 올렸겠나 생각해본다"며 안 지사의 심경을 대변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으로 내려간 안 지사는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두 달여 동안 제 마음에 서운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안 지사는 "너무 오래 두들겨 맞으며 제가 살아온 인생이 하루아침에 부정됐다"며 "'대연정'이나 우리 모두 좋은 대화를 하려면 상대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렇게 혼날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싸우자는 게 아니고 좋은 정책 대결로 힘을 더 모으고 동지애를 갖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안 지사 자신과 측근이 그동안 쌓인 답답한 감정을 풀어낸 글이라고 거듭 설명했지만, 정치권은 앞으로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글이 문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실상 경선의 승부를 가를 호남지역 경선을 앞두고 판을 크게 흔들어서 문 전 대표가 이끄는 '대세론'을 깨고 뒤집기를 시도하려는 '의도된 한 수'였다는 것이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사흘 간 광주·전라 지역을 훑는 안 지사가 승리의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이번 글이 또 다른 '네거티브'로 읽힐 우려도 있는 탓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예비후보 토론회도 절반을 소화한 상황에서 한 번쯤은 소회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쓴 글이어서 승부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일각의 해석에 선을 그었다.




페이스북 글의 여파를 뒤로 하고 이날 전북 전주를 방문한 안 지사는 구석구석을 돌며 호남 민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전북대학교에서는 대학생들과 휴대전화로 스스럼 없이 '셀카'를 찍는가 하면 전주중앙시장에서는 상인과 길거리 음식을 나눠먹는 등 '서민 행보'를 선보였다.

안 지사는 "가장 강력한 정권교체의 카드라는 점을 호소하는 동시에 정권교체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만들어 보이겠다"며 "정권교체 이상의 가치로 호남의 민심을 얻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광주로 향해 23일에는 광주·전남 언론사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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