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버드의대, 스마트폰 기반 정자 검사장치 개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전 세계 남성의 12%가 불임과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다. 이를 진단하려면 숙련된 연구진과 전문 장비가 필요하지만, 보건 시설이 낙후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병원에 찾아가서 검사를 받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정자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
이 장치는 샘플(정액) 채취에 쓰이는 1회용 칩과 스마트폰을 끼우는 광학 장치 등 두 부분으로 이뤄졌다.
칩에는 샘플이 들어가는 부위인 미세관과 양을 조절하는 고무 버튼이 달려 있다.
광학 장치에는 샘플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렌즈와 발광다이오드(LED), 전지 등이 들어있다. 크기는 가로 8.2cm, 세로 15.2cm, 높이 3.4cm이며 무게는 75g 이하로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전체를 만드는 데 든 가격은 4.45달러(약 5천 원)에 불과하다.
사용할 때는 샘플이 들어있는 칩을 광학 장치에 끼우고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앱이 실행되면 샘플을 확대한 동영상이 나오고 분석 버튼을 누르면 정자의 농도와 운동성을 5초 만에 알려준다. 정액 1ml 안에 정자가 1천500만개 미만이거나 운동성이 40% 미만일 때는 '비정상'으로 판정한다.
연구진이 350개의 임상 샘플로 장치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정확도는 98%에 달했다.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 10명도 쉽게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하디 샤피에 교수는 "불임 진단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될 뿐 아니라 정관수술은 받은 남성이 병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장치에 대한 추가 테스트를 수행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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