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더 강력해진 태풍과 가뭄 등 기후 극한값 변화가 원인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한라산 특산종인 구상나무림이 10년간 15%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해진 태풍과 가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22일 발간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조사연구보고서 제16호에 실린 고정군 녹지연구관과 김종갑 녹지연구사의 '최근 10년 동안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공간변화'라는 연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2006년 738.3㏊였던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면적은 2015년 626㏊로 112.3㏊나 줄었다. 10년 새 무려 15.2%나 사라진 것이다.
방위별로는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백록담 동쪽을 중심으로 남동과 북동 사면 구상나무림의 감소 면적이 62.3㏊로 전체 감소 면적의 55.5%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백록담 동쪽 진달래밭에서 정상에 이르는 지역 구상나무림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 지역의 2006년 구상나무림 면적은 117.9㏊였으나 10년 뒤 71.8%인 84.6㏊가 고사했다. 다음은 북서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실 등산로 일대 구상나무림이 21%인 25.3㏊ 줄었다. 북 사면에 있는 큰두레왓 일대는 6.8%인 8㏊가 줄었다.
반면 백록담 남서쪽에 있는 방애오름 일대는 5.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발고도별로는 1천610m 이상 지역의 감소 면적 비율이 전체 감소 면적의 48.9%를 차지했다. 1천600∼1천510m 구간 감소 면적 비율은 32.6%, 1천500∼1천410m 구간 감소 면적 비율은 18.4%였다. 1천400m 이하 지역의 감소 면적 비율은 0.1%에 불과했다.
구상나무의 수관 밀도(15×15m 이내 구상나무의 밀도)를 기준으로 보면 41∼71%인 중밀도 지역의 구상나무림이 72.6㏊나 감소했다. 수관 밀도가 71% 이상인 조밀도 구상나무림도 21.3㏊ 줄었다.
지표면의 경사가 10도 이하에서는 분포면적이 123.1㏊ 늘어났지만, 11도 이상의 지역에서는 235.4% 감소했다.
고정군 녹지연구관은 "해발고도별 감소 면적은 일반적으로 기후 온난화로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의 구상나무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며 "단순히 온난화에 따른 식생대 이동이나 생장 쇠퇴보다는 기상 이변으로 태풍이 더 강력해지거나 자주 발생하고, 가뭄이 길어지는 등 기후 극한값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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