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류철균 교수 재판서 조교들 양심고백 수사 상황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황재하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서 부당한 학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은 조교들의 '용기'있는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밝혔다.
특검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류철균(51·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의 첫 공판에서 정씨에게 부당하게 학점을 준 사실이 드러난 경위를 설명했다.
류 씨는 최씨 모녀의 청탁을 받고 작년 1학기 자신의 수업에 출석하거나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은 정씨에게 합격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부 감사와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조교들에게 정씨 이름의 시험 답안지를 만들고 출석부 조작을 지시한 혐의 등도 있다.
앞선 감사와 수사에서는 류씨 지시를 받은 조교들의 허위진술로 '부당 학점'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특검은 "조교들이 처음에 진술을 머뭇거려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스스로 얘기를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어 "조교들은 특검에서조차도 허위진술을 하는 것이 양심에 너무 반한다는 정의감이 있었다"며 "그들 중 한 명은 피고인 지시를 받아 허위진술을 했고 이후에도 압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류씨를 긴급체포했던 상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류씨가 조사받을 당시 옆방에서 조교들도 조사를 받았는데, 이들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상황이 급박하고 증거 위조가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 진술한 조교들의 신변위험도 있었기 때문에 긴급체포했다"고 부연했다.
특검은 "공범인 김경숙이 정유라에게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지도교수를 교체했다"며 "지도교수가 정유라에 전화해 '자꾸 이러면 또 학사경고를 맞고 제적당한다'고 했더니 최순실이 이 교수에 따지고 학교까지 와서 폭언하며 싸우기도 했다"고도 했다.
이에 변호인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한다"면서 "당시 최순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김경숙의 요청 내지 지시에 따랐고, 그 잘못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경숙의 부탁을 받아 거부할 수 없는 입장 때문에 학점을 준 것일 뿐 특검이 생각하는 정유라의 거대한 입시비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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