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장 "유지보수·운영기술 이전할 것"…말레이시아 정부 협조 요청
나집 총리 "한국 기업 참여 희망"…탄핵·북핵 문제 등에도 관심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말레이시아를 방문,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모하마드 나집 말레이시아 총리를 예방하고 고속철 건설사업의 한국기업 참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 의장은 나집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우호 관계를 더욱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건설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장은 "한국에서도 30년 전 고속철 도입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지도자께서 양국 간 고속철도를 놓기로 하셨다니 정말 좋은 결정을 하셨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한국 고속철도는 국제철도연맹 평가에서 안전성, 정시성 부문 1위를 차지했다"며 "한국은 프랑스 기술을 도입했는데 지금은 선생님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고속철에 참여하면 유지보수·핵심부품 제작·운영기술 노하우를 이전할 용의가 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한국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나집 총리는 "한국이 우리 고속철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국제 입찰을 통해 아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참여기업을 선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나집 총리는 "우리가 고려할 점은 기술적인 문제, 고속철 라이프 사이클 전체의 비용문제, 기술이전 문제 등 세 가지이며, 여기에 재무 패키지를 얼마나 잘 만들어서 제출할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몇몇 국가들도 큰 관심이 두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통과하는 복선 고속철도 350㎞ 구간을 건설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약 150억 달러(한화 약 16조8천억원)에 달한다.
말레이시아 고속철도공단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올해 말 상부시설을 공동발주할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현대로템·LS전선·LS산전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중국, 일본기업과 경쟁 중이다.
나집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북한 핵 문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반발 등 한국의 국내·외 현안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나집 총리는 "박 전 대통령 문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새로 선출할 지도자와 새 정부가 국가를 전진시키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문제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문제도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새로 선출될 대통령께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부사장과 파항주 주지사를 지냈고, 청소년·체육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교육부 장관, 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을 거쳐 2009년 제6대 총리직에 올랐다.
정 의장은 나집 총리 예방에 이어 말레이시아 의회에서 판디카르 아민 하원의장과 비그네스와란 상원의장을 연이어 면담했다.
아민 하원의장은 정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말레이시아가 한국에서 배울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헌법재판소"라며 "최근 한국 헌재의 결정은 삼권 분립이 잘 이뤄진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장은 "한국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삼권 분립의 역량을 키워 온 역사가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의회가 중심이 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답했다.
말레이시아 태권도연맹 회장을 맡은 비그네스와란 상원의장에게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이어오신 좋은 친구라고 믿고 있다"며 "의장님께서 한국을 방문해주시면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그네스와란 상원의장은 "우리는 1980년대부터 동방정책을 펼쳐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며 "말레이시아는 앞으로도 한국과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정 의장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으로부터 '김정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건을 처리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 국민 9명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집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물음에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강점을 설명했다"고 답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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