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독주하던 디스플레이 시장, '차이완'이 넘본다"

입력 2017-03-22 16:45   수정 2017-03-22 16:51

"韓 독주하던 디스플레이 시장, '차이완'이 넘본다"

IHS마킷 디스플레이 콘퍼런스…"中, 아직 OLED 분야서 고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던 디스플레이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한국과 함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 업체가 결합하면 한국 업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일본 업체들도 체력을 비축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2017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 "'차이완', 한국 업체에 상당한 위협"

박진한 IHS마킷 이사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사실상 한국 주도로 성장을 계속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중국과 한국 두 국가의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대만·일본 업체도 업황이 좋아진 것을 바탕으로 체력을 비축하면서 향후 2∼3년간 업계를 교란시키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중국과 대만의 결합을 '차이완'(Chiwan)이라 명명하고, 이들이 함께 전략을 세우고 움직인다면 한국 업체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만의 폭스콘이 패널업체 샤프를 인수하면서 자사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005930]에 패널 공급을 중단한 예를 들어 "이미 실질적으로 한국 업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셰이 IHS마킷 전무는 "예전 한국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한창 좋을 때 점유율이 35%였는데, 중국이 2018년 3분기가 지나면 40%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업체의 급격한 성장의 배경으로 지방정부의 공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수입 관세 증가, 인프라 확장 등을 꼽았다.

셰이 전무는 "중국 업체들은 아직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중국 업체들을 다 합쳐도 한국 업체에 부족하고 특히 플렉서블 기술은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면 시장 상황은 2∼3년 내에 변할 것"이라며 폭스콘과 샤프의 합병을 통해 등장한 '폭스콘-샤프-이노룩스' 연합체를 거론했다.

셰이 전무는 "(연합체 구성을 통해) 캐파(생산능력)도 커졌고 기술 면에서도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됐다"며 "전체 산업에 큰 변화를 갖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韓, 대형 패널에 집중…쫓아오는 中

한국 업체들은 점차 32인치 이하 시장에서 벗어나 60인치 이상 패널 시장에 집중하는 추세다.

전체 TV 시장에서 60인치 이상 TV의 점유율(대수 기준)은 현재 5%에 불과하지만 2023년이면 약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기준으로는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60인치 이상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의 올해 점유율은 56%(삼성 23%, LG[003550] 3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패널 시장이 성장하는 주 요인은 가격 인하다.

박 이사는 "55인치 TV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이미 1천 달러 미만으로 내려왔다"며 "올해 말이면 메이저 브랜드의 65인치 TV 가격이 1천 달러로 내려가기 때문에 TV 교체 시기를 맞은 소비자들은 그 정도 가격이면 안 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화권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BOE는 내년 1분기부터 초대형 10.5세대 허페이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차이나스타(CSOT)도 2019년 초 10.5세대 공장 양산에 들어간다. 같은 해 폭스콘도 10세대 공장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박 이사는 "2018년, 늦어도 2019년 이후에는 큰 폭의 과잉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이 전무는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10.5세대 공장 3개를 포함, 총 27개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갖게 된다"며 "특히 중국 TV 업체들은 수직통합을 통해 패널 공급망을 통제하고 싶어하므로 추가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LCD 시장 올해 호황…가격은 2분기부터 하락세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은 내년까지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지만 대형 패널의 경우 균형 잡힌 수급률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패널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90%에 육박하고 재고는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박 이사는 "올해 패널업체들이 걱정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작년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가격은 2분기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박 이사는 "비수기인 상반기에도 수요가 높았던 것은 TV가 잘 팔렸기 때문이 아니라 세트업체가 미리 재고를 쌓아놓는 가(假)수요가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TV 판매가 저조해지거나 기대치에 못 미치면 성수기인 3분기에라도 수요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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