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재일사업가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하정웅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 자전적 에세이 '부모님 전상서'(코리아투데이 펴냄)를 펴냈다.
193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하 이사장은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민족차별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쿄 전기회사에서 일당직으로 일하며 주경야독하는 삶을 살다 영양실조로 실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맡게 된 전기상점이 도쿄올림픽 때 컬러TV 붐과 함께 번성하기 시작했다.
하 이사장은 유명 컬렉터이자 기증자로 유명하다. 1993년 개관한 광주시립미술관에 이우환의 작품 등 212점을 기증한 것으로 시작해 20여년간 2천500여점을 기증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외에 수림문화재단과 부모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 등에도 수많은 미술 작품을 기증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수림문화재단은 한국 소설문학을 이끌어갈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수림문학상을 2013년부터 제정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책은 일제시대 말기 일본에서 태어나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하 이사장의 어린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부터 부모에 대한 애틋한 기억들, 힘든 재일동포 소년에게 용기를 줬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자신을 바른길로 이끌어 준 일본인 교사들에 대한 고마움과 추억도 담았다.
중학 3년간 담임이었던 마쓰모토 마사노리 선생님은 '어떤 상태의 처지가 되어도 자중하여 자신의 장래에 세상을 위하고 남을 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라'는 당부를 남겼고 이는 하 이사장의 삶에서 확고한 버팀목이 됐다.
세상을 떠난 부모와의 추억과 그리움도 책 곳곳에 담겼다. 생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모님과 함께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온 나로서는 아무런 불만도 부족도 없었다"면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어머님의 은덕"이라고 회상한다.
추천사를 쓴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이 책은 한 시대상의 기록이자 한 사람과 가족의 인생사를 담아낸, 인류사적 기록물로서 상당한 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훌륭한 인생 교과서로 귀감을 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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